아침밥 먹으러 외국에 가고 싶다 > 입고 먹고 쓰는 것들에 대하여/강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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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고 먹고 쓰는 것들에 대하여/강원식

아침밥 먹으러 외국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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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식 코넥스솔루션 대표 (kws@cnxsol.com) | 작성일 2020년 09월 28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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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unsplash.com/@mggbox>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니던 시절에 대한 동경이 깊어만 간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그럴 것 같다. 코로나 초창기에는 사람들이 외국의 명소 사진 위에 자기 사진을 합성해서 SNS에 올리는 밈(meme)이 유행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귀여운 투정 수준이다. 사람들은 모두 ‘wanderlust’에 걸려서 몸과 마음이 근질근질한 듯하다. 

 

SNS에 지난 해외여행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런데 그 사진들을 보면, 이것이 단지 해외를 돌아다니고 싶은 욕구라기보다 여행지에서의 색다른 경험에 대한 향수 비슷한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에 갔던 그 장소, 먹었던 그 음식, 걸었던 그 거리에서 같은 경험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철지난 사진첩을 뒤적이며 지금은 갈 수 없는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곱씹는 이들이 ‘여행 향수병’에 걸리기 마련인 것이다.  

 

이게 진짜 여행이지

사람마다 또 가고 싶고 더 생각이 나는 국가나 도시나 경험들이 제각각 있다. 나도 직업 상 일 년에 서너 국가는 꼭 출장을 갔었기에, 해외여행에 대한 향수가 점점 진해진다. 당장이라도 비행기에 몸을 싣고 도쿄와 홍콩과 로스앤젤레스와 뉴욕과 파리를 향해 떠나고 싶다. 

 

시차 때문에 새벽에 깨어 출출한 배를 움켜쥐고 무엇을 먹으러 갈까 고민하며 핸드폰으로 트립 어드바이스와 구글을 뒤지는 호텔 방에서의 뒤척임조차 그립다. 그러고 보니 요즘 부쩍 더 생각나는 것은 여행지에서 먹는 현지식 아침식사이다. 한국에서는 체중 조절을 이유로 아침을 아예 먹지 않은지 오래인데, 유독 여행을 가면 아침이 먹고 싶어진다. 여행이니까, 많이 걸어야 하니까, 자기 합리화를 하기도 좋다. 

 

죄책감 없이 양껏 마음껏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여행지에서 먹는 모든 음식이 하나하나 다 맛있지만, 유독 요즘에는 각지에서 먹었던 아침식사가 그렇게 머릿속에 떠오를 수가 없다. 호텔에서 옵션으로 제공하는 조식도 좋지만, 첫날 하루 정도면 모를까 역시 매일 아침 호텔 조식을 먹기에는 좀 아깝다. 아침식사 메뉴가 다채로운 나라는 더 그렇다. 일찍부터 호텔을 나서 수많은 현지식 아침밥을 탐험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현지를 십분 느낄 수 있는 진짜 여행법이리라. 

 

흰 쌀밥에 미소 된장국 그리고 감칠맛 나는 반찬들

아침식사 옵션이 가장 다채로운 나라는 일본이 아닌가 싶다. 일본의 식문화 자체가 아침식사를 꽤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현지에서 먹었던 아침식사 중 최고는 ‘정식’이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가정식 백반인 셈이다. 단지 우리나라는 삼시 세끼 백반을 먹는다고 해도 끼니마다 반찬이나 국의 구성이 아주 크게 다르지는 않은데, 일본의 아침 정식은 점심식사나 저녁식사와 구분되는 정형화된 몇 가지 패턴이 있다. 우선 흰 쌀밥. 일본은 쌀이 맛있다. 그리고 건더기나 미소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나오는 된장국이 메인이다.

 

일본 내에서도 호불호가 크게 갈림에도 역시 낫또는 아침의 간판 반찬이다. 노란 겨자와 간장과 쪽파를 넣어 젓가락으로 힘차게 섞으면 끈적끈적한 실타래 같은 것이 발효된 콩을 감싼다. 낫또는 섞으면 섞을수록 맛나진다. 따스한 흰 밥에 낫또를 올려 먹는다. 입에 딸려오는 실타래를 젓가락으로 휘휘 감아서 끊어낸다. 그리고 생선 반찬. 굽거나 조리거나 하는 식으로 여러 생선 중 한 가지가 계절에 따라 올라온다. 달걀도 거의 꼭 곁들이는 반찬이다. ‘다시마키’라고 하는 계란말이로 먹기도 하고, 그냥 프라이를 해서 먹기도 하지만 가장 일본식 아침식사답게 먹는 방식은 역시 날달걀을 뜨거운 밥 위에 올려서 간장을 살짝 둘러 밥과 조금씩 비벼 먹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일본에서는 절대로 밥 전체를 비비지 않고 젓가락을 들고 밥그릇 한 귀퉁이에서 조금씩 반찬과 섞어 먹는다. 약간의 오싱코(お新香), 또는 츠케모노(漬物)라고 하는 절인 채소류, 또는 주로 해초류를 짭조름하게 조린 츠쿠다니(佃煮)가 서브 반찬으로 곁들여 진다. 살짝 도톰한 일본식 구이 김도 한국의 김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워낙 쌀 자체가 맛있는데, 모든 반찬이 쌀밥의 맛을 극대화시켜주기 위해 조력하는 느낌이다.  

 

출근길 간이식당도 시장 내 식당도 매력만점 

아침 정식 말고도 일본의 아침식사는 수많은 옵션이 있다. 바쁜 것으로 따지면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나라이기에, 출근길에 후딱 아침을 해결할 수 있는 간이식당들도 많다. 전철역 입구 근처나 역사 안에서 다치소바집을 발견하면, 샐러리맨 아저씨들 사이에서 선 채로 따스한 소바나 우동 한 그릇을 후루룩 먹을 수도 있다.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여는 클래식한 카페인 킷사텐(喫茶店)에 들어가서 핸드 드립으로 진하게 내려주는 커피 한잔과 도톰하게 썰어서 구운 토스트에 잼과 버터를 발라 먹는 것도 왠지 다른 나라에서는 먹기 힘든 풍미가 있다. 

 

도쿄 시내에서 어디를 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규동 체인점에 들어가서 아침으로 규동을 한 그릇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런 규동집에서도 덮밥 외에 아침 시간에는 밥 따로 반찬 따로 나오는 정식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만약 아침 스케줄이 여유롭다면 도쿄 최대 수산시장인 츠키지시장 스시집으로 향할 수도 있다. 새벽 6시부터 영업하는 이곳은 서두르지 않으면 한 두 시간 웨이팅은 기본이다. 저녁에 시내 고급 스시집에서 먹는 델리케이트한 맛의 스시와 달리 박력 있는 맛에 크기도 큰 츠키지 시장의 아침 스시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스시가 아니더라도 시장 안에는 끝내 주는 아침식사 옵션이 많다. 아침보다는 브런치 느낌으로 먹으면 더 좋긴 하지만, 싱싱한 여러 해산물을 흰 밥 위에 푸짐하게 올려주는 카이센동이나, 참치회를 올려주는 마구로동, 성게 알이나 연어 알을 듬뿍 올려주는 우니동, 이쿠라동 같은 덮밥도 좋고, 길거리에 서서먹는 호루몬(내장) 조림 덮밥도 중독성이 짙다. 이미 그런 유명한 메뉴들은 지난 여행에서 다 먹어봤으니까, 시장에서 일하는 분들을 위해 영업하는 작은 밥집에서 생선구이나 생선조림 정식을 시켜 먹는 옵션은 도쿄 여행 꽤나 한 사람들이 즐기는 상급자 코스다. 

 

상상 그 이상, 홍콩 아침

그 다음으로 아침이 즐거운 곳은 홍콩이다. 홍콩 사람들이 대부분 집에서 요리를 하기 보다는 거의 삼시 세끼를 밖에서 사 먹는 편이라, 이른 아침부터 영업을 하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특히 홍콩의 아침식사 문화는 참 독특한데, 차찬텡(茶餐廳)이라고 부르는 홍콩식 카페에서 이른 아침을 먹는 것이 홍콩 여행의 시작이자 핵심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차찬텡에서는 서양과 동양의 문화가 뒤섞여서 완전히 퓨전 스타일로 정착된 홍콩만의 아침식사 메뉴를 즐길 수 있다. 그 중 생각이 나는 몇 가지를 꼽아 보자면, 진하디 진한 홍콩 스타일 밀크티(港式奶茶)나 아이스 밀크티(凍奶茶)에, 버터 한 조각을 올리고 달디 단 시럽을 뿌려 먹는 홍콩식 프렌치토스트 세트가 우선 떠오른다. 단 맛의 토스트와, 의외로 달지 않고 쌉쌀하며 진한 밀크티의 궁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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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바우(菠蘿包)​ 사진출처=junandtonic>

 

또 밀크티와 끝내주게 어울리는 홍콩식 빵이 있는데, 보로바우(菠蘿包)라고 하는, 외관이 파인애플 껍데기를 닮아서 파인애플 번이라고 부르는 따스하고 달콤 고소한 빵에 두툼하게 썬 차가운 버터 조각을 끼워서 먹는 보로야우(菠蘿油)도 좋다. 보로야우와 홍콩 밀크티의 조합은 동서양의 문화가 만나서 오랜 시간 동안 진화해서 만들어진 완벽한 예가 아닌가 싶다. 이 때, 밀크티 말고, 밀크티와 커피를 섞은 원앙(鴛鴦)을 시켜서 마시면 좀 더 홍콩 문화를 아는 티를 낼 수 있다. 한자를 보면 원앙새의 그 원앙이다. 네이밍이 참 멋지다. 

 

 

좀 더 동양적인 맛을 원한다면 일본 제품인 인스턴트 라면을 끓여 계란 후라이와 스팸 등의 토핑을 골라 올려먹는 홍콩식 라면도 좋다. 이게 좀 아침으로 먹기에 정크푸드같은 느낌이라면, 토마토와 고기의 조합을 토핑으로 고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죄책감이 살짝 덜하다. 맑은 스프에 마카로니를 듬뿍 넣고 스팸이나 햄을 올려 먹는 마카로니 스프도 많이들 즐긴다. 부드럽게 술술 잘 들어간다. 대표적인 차찬텡의 아침 메뉴다. 이것도 홍콩의 문화 안에서 탄생된 독특한 조합의 음식이다. 도대체 무슨 조합인가 싶은데, 먹어보면 ‘과연’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한번 드셔보시라, 콘지

그런데 무엇보다 홍콩에서 먹는 나의 최애 아침식사는 콘지, 홍콩식 죽이다. 전날 과음을 했다면 특히나 다음날 아침에 간절히 생각나는 것이 이 콘지이다. 우리나라의 노포 곰탕집이나 해장국집을 가는 느낌과 거의 흡사하다. 

 

홍콩의 죽은 우리나라의 죽과 매우 다른 음식이다. 쌀을 갈아서 가게의 비법이 담긴 육수로 푹 끓여낸다. 간도 이미 되어 있고 육수의 맛이 깊이 배어 있다. 쌀은 이미 형태가 없다. 복잡한 한자가 가득 적힌 메뉴 앞에서 일순 긴장하게 되지만, 천천히 읽어보면 결국 죽에 들어가는 첨가 재료들에 따라 메뉴가 달라지는 것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생선 토막과 고기 경단을 넣은 죽이다. 생강이 들어간 간장을 조금씩 죽에 쳐가면서 먹는다. 

 

기름에 튀긴 꽈배기 같은 요우티아오를 시켜서 손으로 찢은 뒤 죽에 푹 적셨다가 먹으면 이게 또 굉장한 별미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놀라운 맛이 난다. 찐 양상추를 시켜서 굴소스에 찍어 먹으면 김치가 필요 없다. 죽이 사분의 일 정도 남았을 때, 테이블 위의 양념통에 있는 라조장을 조금 떠서 다데기처럼 죽에 섞어 먹으면, 특유의 매콤한 향신료의 맛이 섞여 또 다른 느낌으로 먹을 수 있다. 땀이 후끈 나고 전날 마신 술로 불편한 속은 어느새 다 풀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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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지.사진출처=네이버 블로그 Sarah>

 

브랙퍼스트는 원조가 최고

토스트, 달걀 두 개와 베이컨과 소시지, 감자, 약간의 채소로 구성되는 서양식 아침식사는 모두가 다 익숙하고 전 세계 어디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역시 원조의 나라에서 먹는 맛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런던에서 먹는 본토의 잉글리쉬 브랙퍼스트는 매력적이다. 피쉬앤칩스 밖에 먹을 것이 없다고 전 세계적으로 폄하 당하는 것이 영국 음식이지만, 영국의 아침식사는 꽤 맛있다고 생각한다. 애프터눈티를 할 때 나오는 스콘이며 간단한 샌드위치도 좋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그 외에 딱히 간판 음식이 없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여하튼 아무리 맛이 없다고 악명 높은 영국 음식이라고 해도 영국의 아침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양이 꽤 푸짐하다. 특히 구운 토마토 슬라이스와 삶은 콩요리가 곁들여지는 것이 좋다. 여기서는 역시 커피가 아닌 진한 홍차를 마셔야 한다. 처음에는 그냥 홍차를 한 잔 마시고, 두 잔이나 세 잔째 홍차를 마실 때 우유를 넣고 설탕을 넣어 단 맛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순서이다.  

 

뉴욕에서는 베이글에 커피

미국의 아침은 크게 뉴욕의 아침과 그 외 지역으로 나누고 싶다. 뉴욕에 갔다면 아침은 단연 크림치즈를 바른 베이글과 큼직한 컵에 따라 주는 커피이다. 이른 아침에 델리에 들어가서 수많은 베이글 중 한 가지 종류를 고르고, 또 각종 재료가 들어간 수많은 종류의 크림치즈들 중 하나를 골라서 베이글에 발라서 테이크아웃해서 나온다. 그 중 내가 좋아하는 것은 쪽파와 베이컨 조각을 넣은 세이버리(단 맛이 배제된 짭짤한 맛)한 풍미의 크림치즈이다. 

 

베이글은 사실 그냥 플레인이 최고다. 참깨 같은 것을 잔뜩 뿌린 베이글보다는 순수한 밀가루 맛을 즐길 수 있는 플레인이 더 좋다. 식감도 쫄깃쫄깃해서, 단 맛의 잼을 발라 먹는 것보다는 세이버리한 크림치즈를 발라서 천천히 씹으며 어른스러운 맛을 즐기고 싶다. 여기에 곁들이는 커피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린 아메리카노보다는, 브루잉 기계로 내려놓은 커피를 큰 컵에 따라서 주는, 향만 좋고 맛은 그닥 없는 미국식 커피가 왠지 좀 더 어울린다. 

 

미국에 왔으면 아이홉도 가야지

다른 미국의 도시에 간다면 우선 그 지역에서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유명한 다이너(diner)를 앱으로 찾는다. 만약 구미가 당기는 식당이 없다면 아이홉(IHOP, The International House of Pancakes) 체인점을 찾는다. 대개의 경우 아이홉은 어느 동네나 있다. 

아이홉은 미국식 아침식사를 전문으로 하는 체인 레스토랑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팬케이크가 간판 메뉴인 곳이다. 맛은 그야말로 프랜차이즈의 맛이지만, 아이홉처럼 맛의 편차가 없이 이게 바로 미국이야! 라고 외치는 느낌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도 없다. 일단 커피와 오렌지쥬스를 둘 다 시키고, 계란과 베이컨과 소시지 등의 전형적인 아침식사 메뉴를 시킨다. 감자는 해시 브라운으로 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오믈렛도 썩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대개의 메뉴에 팬케이크를 세트메뉴처럼 옵션으로 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메뉴들이 양이 엄청나고, 꽤 기름지고 달기 때문에, 조금 주의해서 시킬 필요가 있다. 테이블 위에는 몇 가지 맛의 메이플 시럽 병이 놓여 있어서 입맛대로 시럽을 뿌려서 먹을 수 있다. 대개 이런 종류의 미국 식당에서는 서빙하는 사람이 커피 포트를 들고 다니며 커피를 연신 리필해주기 때문에, 아무래도 커피를 꽤 마시게 된다. 그닥 맛은 없지만, 이게 또 미국 커피의 맛이다. 역시 어느 정도 그냥 블랙으로 마시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크림과 설탕을 넣어 마무리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패턴이다. 

 

카푸치노에 찍어먹는 브리오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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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오슈. 사진출처=네이버 블로그 emmaland.>

 

유럽 국가 중에서는 단연 이태리가 아침식사로도 기억에 남는다. 음식이라면 동양은 중국, 서양은 이태리 아니겠는가. 하루에 몇 번이나 무언가를 먹는 독특한 식사 패턴을 가진 스페인 사람들에 비해, 이태리 사람들은 비교적 일반적인 시간대에 세 끼를 먹는다. 카페와 빵집이 유럽 문화의 기본이기에, 이른 시간부터 여는 카페, 빵집, 또는 바에 들러서 선 채로 간단히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이태리의 간단한 아침식사라면 카푸치노와 브리오슈가 대표적이다. 이태리에서 말하는 브리오슈는 생긴 것은 크로와상처럼 생긴 빵이다. 프랑스에서 부르는 브리오슈하고는 또 다르다. 이태리의 카페나 빵집은 대개의 경우 스탠딩 바 공간이 있어서, 사람들은 카운터에서 미리 계산을 하고는 바에 가서 선 채로 카푸치노에 브리오슈를 먹는다. 개개인의 취향 따라 다르겠지만, 브리오슈를 카푸치노에 푹 찍어 먹기도 한다. 나도 찍먹을 좋아한다. 브리오슈를 다 먹고 남은 카푸치노를 들이켜면 짧지만 만족스러운 이태리식 간이 아침식사가 끝난다. 

 

빵을 맛있게 굽는 유명한 카페의 브리오슈는 녹진한 버터의 맛이 끝내준다. 부드러운 우유 거품이 풍성하게 올라간 카푸치노에 그렇게 어울릴 수가 없다. 이태리 사람들에게 카푸치노나 라떼는 아침에 먹는 식사 개념이다. 아침 시간 이외에는 커피는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오후나 식후에 우유가 첨가된 커피는 마시지 않는다. 점심이나 저녁을 먹고 나서 라떼나 카푸치노를 시키면 서버가 와서 밥이 맛이 없었냐고 물어본다. 음식을 먹는 문화의 패턴이 꽤나 확고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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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프레도토​ 사진출처=italianmakersvillage.it>

 

이태리식 빵도 잊을 수 없어

이태리의 아침식사 중에는 상당히 독특한 메뉴가 하나 있다. 피렌체에서 먹는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인 람프레도토(Lampredotto)가 그것이다. 소 내장을 푹 삶아낸 요리인데, 겉은 딱딱하고 안은 폭신한 모양이 동그란 바게트와 비슷한 빵과 함께 먹는다. 빵과 내장을 따로 먹기도 하고, 대개의 경우는 빵 안에 샌드위치처럼 끼워서 먹는다. 약간 매콤한 고추 소스와 함께 먹는데, 이 소스가 꽤 칼칼하다. 

 

피렌체의 중앙 시장 근처에 가면, 길거리에 아침부터 영업하는 람프레도토 트럭이 많은데, 내가 항상 가는 곳은 중앙 시장 건물 안에 있는 집이다. 이태리의 인부들이 아침부터 와서 람프레도토 샌드위치를 하나씩 먹고 간다. 

 

내장이나 선지 같은 소 돼지의 부속물을 좋아하는 한국사람이라면 이 람프레도토를 분명 좋아할 것이다. 한국 사람에게도 맛이 상당히 친숙하다. 이것도 전날 과음을 하면 해장 음식으로 꼭 찾는 아침 메뉴이다. 탄산음료를 함께 마시기도 하고, 물 컵에 따라주는 싸구려 레드 와인을 잔술로 곁들이기도 한다. 마치 내장탕에 해장 소주를 곁들여 먹는 것 같다. 담백한 이태리식 빵은 밥 대신이다.

 

글을 쓰다 보니 저 나라들에 더 가고 싶어진다. 큰일이다. 이제 웬만한 외국 음식들은 우리나라의 실력 좋은 식당들을 찾으면 오히려 현지보다 맛있는 메뉴들을 먹을 수도 있기도 하기에 어느 정도 향수병을 달랠 수가 있다. 

 

그런데 현지에서 먹는 아침식사는 왠지 대체하기가 어렵다. 현지가 아니면 나오기 힘든 무언가의 조합 때문일 듯하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아침에 먹는 길거리 토스트나, 24시간 영업하는 전문점의 해장국 같은 음식을 외국에서 찾아서 먹는다고 하더라도 그 맛을 느끼기 힘들겠지. 

 

아침밥이란 삼시 세끼 중 생활에 가장 밀접하게 생활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까. 결국 그 나라가 아니면 안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잦아들면 당장 비행기표를 끊어 다른 나라에 가서 아침밥을 먹고 싶다.  ​ 

경력사항

  • 現 (주)코넥스솔루션 대표이사
  • 現 (주)유니페어 이사
  • 現 (주)링크인터내셔널 이사
  • youtube=풋티지브라더스(Footage Br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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