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싶어 따질 생각부터 하셨다면, 우리가 아무런 장식도 없이 심플한 검은색 펌프스를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팔아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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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은 타깃이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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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홍희 와디즈 콘텐츠 에디터 (honghee.choe@wadiz.kr) | 작성일 2021년 10월 25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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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싶어 따질 생각부터 하셨다면, 우리가 아무런 장식도 없이 심플한 검은색 펌프스를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팔아야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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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20대 여성 A와 B가 있습니다

A는 이제 막 대학교에서 첫 번째 한 해를 마무리해가는 신입생입니다. 월요일,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학교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토요일에는 발표 동아리에 참석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동아리들이 온라인 활동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A의 동아리 활동도 대부분 온라인에서 이루어집니다.

 

B는 얼마 전 입사 3년을 맞은 콘텐츠 에디터입니다. 3주년을 맞아 회사에서 2주 간의 휴가를 주었는데, B는 평소에도 운동과 여행을 좋아했기 때문에 휴가 동안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려 합니다.

 

전문 산악인은 아니기에 중간중간 쉬는 날을 정해두고 지리산 풍경이 잘 보이는 예쁜 카페 투어를 곁들일 생각입니다.

 

설명만 봤을 때 A가 스무 살, B가 스물일곱 살쯤 되겠거니 추측할 수 있습니다. 둘 다 20대 여성이기 때문에 우리 펌프스를 충분히 구매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A와 B 그 누구도 우리 펌프스를 구매하지 않을 것입니다.

 

20대 여성인 A와 B의 라이프스타일에 검은색 펌프스는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A를 보겠습니다. A는 새내기 대학생이지만, 많은 대학들이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이전의 새내기들만큼 옷이나 구두, 액세서리 지출이 많지 않으리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꼭 새 아이템을 사야 한다면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에 펌프스보다 편안한 운동화에 더 관심이 많을 것입니다. 

 

‘발표’라는, 격식을 갖춰야 하는 동아리를 하기에 동아리 합격 직후에는 3초 정도, 단정한 검은색 펌프스를 살까 말까 망설였을 수도 있겠지만 온라인으로 발표가 이루어진다는 걸 알고는 바로 마음을 접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온라인 발표를 할 때 구두를 뭘 신었는지 보이지는 않을 테니까요. 차라리 흰색 블라우스를 검색해 구매하는 편이, A에게는 더 도움이 됩니다.

 

B를 보겠습니다. 긴 휴가를 맞은 B는 준비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A보다는 새 아이템 구입에 적극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3초 정도 검은색 펌프스 구입을 망설인 A보다도 B는 우리 구두에 관심이 없을 거예요. 

 

일단 B는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휴가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등산화나 트래킹화에 가장 관심이 많을 것입니다. 종종 들릴 예쁜 카페에서 ‘인생샷’을 찍기 위한 신발을 따로 구입할 수도 있겠지만 휴가의 주제를 고려했을 때 펌프스보다는 데일리한 디자인의 스니커즈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휴가를 떠나기 이전의 B라면 펌프스를 샀을까요? B는 운동과 여행을 좋아합니다. 운동의 효율을 끌어올려주고 여행의 피로도를 낮춰줄 기능성 운동화에는 아낌없이 지출했겠지만 펌프스는 우선순위가 낮다고 추측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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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학적인 고객 분석으로는 아무것도 팔 수 없는 시대입니다

 

‘인구학적 고객 분석’의 핵심인 ‘인구학’은 분석 단위를 설정한 뒤, 그 안에 속한 인구의 성·연령·배우관계·종교·언어·인종·직업·계급·교육정도 등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입니다(출처: 네이버 두산백과). 

 

20대 여성이라는 집단은 성과 연령을 기준으로 한 집단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지금처럼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인구학적인 고객 분석도 충분히 ‘먹혔습니다’. 20대 여성이라면 으레 검은 정장을 입고 면접을 보고, 출근할 때나 중요한 자리에 갈 때 굽이 너무 높지 않은 검은색 펌프스를 신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겨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 들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은 끝없이 세분화되고 있고, 이 라이프스타일과 인구학적 특성 사이의 공통점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300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검은색 펌프스를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답변한 여성들을 특정 연령이나 직업으로 묶기 어려워지고 있단 뜻인데요. 

 

바꿔 말하면 당연히 ‘그렇다’고 답변할 것이라 기대했던 20대 여성, 즉 우리의 A와 B가 ‘펌프스를 구매할 의사가 없다’고 답변할 확률이 늘어가고 있단 것입니다.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열심히 마케팅도 돌리고 광고도 세팅했던 우리 입장에서는 그만큼 땅바닥에 버리는 돈이 늘어간다는 뜻이 되겠죠.

 

물론 지금도 굽이 너무 높지 않은 검은색 펌프스가 자연스러운 20대 여성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분들만큼이나, 출근할 때 정장에 구두가 아니라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는 분들이 늘었죠. 

 

격식 있는 자리에 갈 때 펌프스 대신 메리제인 플랫 슈즈를 신어도 어색하지 않아 하는 사람들이 늘었으며, 아예 출근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이 분들을 뭉뚱그려서 ‘20대 여성’으로 묶어 버린다면, 우리는 투자한 비용 대비 미미한 결과만을 얻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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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여행이라는 취미는 또 어떤가요. 

 

비단 20대 여성뿐만 아니라 우리 고객들의 취미가 엄청나게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운동과 여행은 취미가 아닌 분들을 더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운동도 필라테스, 요가, 크로스핏, 러닝, 트래킹, 등산, 스케이팅 등 세분화되었고 고객들은 자신의 취미에 전문가 못지않은 관심과 지식, 열정을 보입니다.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우리의 고객들은 이제 ‘등산할 때 신을 편한 신발’이 아니라 ‘겨울철 눈 쌓인 길을 장거리 산행할 때에도 젖거나 미끄러지지 않는 방수 기능 특화 등산화’를 찾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께 우리 제품을 ‘발 편한 등산화’로 아무리 어필해 봤자 선택받기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이제 우리는 우리 고객들이 무엇을 불편해하고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더 이상 쪼갤 수 없을 정도까지 쪼개어 분석해야 합니다.

 

타깃, 분석하지 말고 상상하세요

저는 고객을 라이프스타일 단위로 쪼개고(정장 구두를 신고 출근하는 직장인인가? 집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프리랜서인가?) 고객이 처한 문제 상황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쪼개는 것(등산이 아니라, 내 신발을 자꾸 적시는 눈 쌓인 겨울철 장거리 산행)을 ‘타깃 상상화’라고 부릅니다. 

 

이러이러한 누군가가 이러이러한 상황에 처했음을 가정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작성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의외로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타깃 고객의 공감을 쉽게 끌어내는 상세페이지 작성이 가능합니다. 

 

남들이 다 ‘출퇴근용 데일리 펌프스’라고 자신의 검은색 펌프스를 어필할 때, 상세페이지 안에 ‘출퇴근용 데일리 펌프스’가 불편했던 상황들을 더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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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제품의 장점과 특징을 더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7㎝지만 편안한 굽’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45분 내내 지하철에 끼어 서 있다,

 

3층에 있는 사무실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도 편한 7㎝ 굽’이란 식으로 고객이 좀 더 공감할 수 있게 장점을 알릴 수 있습니다. 

 

이 다음에 7㎝ 굽의 안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진행한 테스트 결과를 보여준 뒤, 편안함을 돕는 인솔 구조를 순차적으로 설명해준다면 ‘편안함’이라는 주제 아래에 우리 펌프스의 특징들을 구조화할 수 있습니다.

 

굽과 인솔을 따로따로 설명할 때보다 고객의 이해도는 당연히 올라가겠죠.

 

둘째, 시장을 선점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작은 브랜드일수록 주목해야할 사항인데요. 시장에는 이미 ‘발 편한 등산화’가 넘쳐납니다. 

 

애석하게도 우리 브랜드보다 돈 많고 팬층이 확실한 브랜드의 제품이 많습니다. 그런데 겨울 산행에 필요한 방수 등산화로 ‘발 편한 등산화’ 시장을 파고 들어간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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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행 등산화’의 네이버 쇼핑 검색 결과는 1,700여 개입니다. ‘발 편한 등산화’가 2만 여 개의 검색 결과를 노출하는 것에 비해 훨씬 적죠. 

 

우리가 2만 여 개 검색 결과에서 1등을 할 자신이 없다면 일단 1,700여 개 중에서 1등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적어도 겨울 산행을 고민하는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1순위로 떠올리고 팬이 되어 준다면, 발 편한 등산화로 조금씩 넓혀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섬세한 수를 놓기엔 도끼보다 바늘이 적합합니다

타깃 상상화가 뾰족할수록 우리만이 어필할 수 있는 시장이 명확해집니다. ‘내가 불편했던 바로 그것’을 우리 제품으로 정확하게 해결한 고객들이 팬으로 전환될 확률도 커지고요. 

 

손에 쥔 것이 바늘뿐이라면 도끼와 경쟁하려 애꿎은 장작을 패며 뭉툭해지지 않고, 바늘 중에서 제일 뾰족한 바늘이 되어 가장 아름다운 수를 놓으면 될 일입니다.

 

물론 ‘아, 무슨 신발 하나 파는데 그렇게까지 하냐’ 싶어 타깃 세분화를 진행하지 않으셔도 충분히 시장을 리드하실 수 있을 겁니다. 

 

천문학적인 광고비용과 비효율적인 광고비 지출 현황 앞에서 초조하지 않으실 수 있다면 말이에요. (일단 저는 그럴 배짱도, 무엇보다 돈도 없습니다.)​ 

경력사항

  • (現) 와디즈 콘텐츠 에디터
  • (現) 퍼블리 '와디즈 에디터의 팔리는 상세페이지 노하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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