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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지훈 동인인터내셔날 ‘2XU’ 본부… (fpost@fpost.co.kr) | 작성일 2019년 12월 09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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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클레어’ 매장은 행거 하나에 8~9개의 상품을 진열할 수 있다. 66㎡(20평) 매장이라면 90개의‘MDQ(Minimum Di splay Quantity)’를 갖게 된다.>

 

11월과 12월은 당해 연도의 사업실적이 눈앞에 드러나는 시기이며 동시에 다음해의 사업계획을 작성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사업계획에는 많은 숫자가 기입되지만 그 중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와 직접 관련 있는 숫자들은 판매율, 할인율, 마크업, 수수료, SG&A입니다. 

 

결국 이 레버들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패션회사의 이익이 좌우됩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떠나서 숫자만 놓고 본다면 높은 마크업을 확보하는 것은 할인율 관리에 숨통이 트이고 높은 판매율을 달성한다면 수수료가 다소 높아져도 이익 보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업계획 수립 단계에서, 특히 기획측면에서 더 중요한 숫자가 있으니 연간 진행하는 ‘스톡 키핑 유닛(SKU)’입니다. 패션전문자료 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스톡 키핑 유닛(stock keeping unit)’- 유닛 컨트롤을 전제로 한 상품단위. 재고품이 선반에 진열될 때의 단위란 데에서의 호칭이다. 또는 재고 관리 코드를 의미하며, 개별적인 상품에 대해 재고 관리 목적으로 추적이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 사용되는 식별 관리 코드를 말한다. 생략하여 SKU라고도 한다.

 

쉽게 구색, 판매 최소 단위로 설명할 수 있는데 브랜드가 적정 SKU를 가져간다는 것은 생산원가에서 시작해 매장 내에서 소비자의 동선과 쇼핑 경험 편의성, 판매 로스 최소화, 매장 간 재고회전 등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칩니다. 

 

산업군을 막론하고 재화를 판매하는 비즈니스라면 극단적으로 이상적인 SKU는 한 개일 것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적은 SKU로 무장한 가게들이 얼마나 더 효율적이며 강력한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리모와와 샘소나이트, 애플과 삼성, 냉면 전문점과 거의 모든 한식 메뉴를 취급하는 식당 등, 적은 SKU는 브랜드를 강력하게 만들 뿐 아니라 더 나은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선택지를 줄이거나 최적의 대안만을 제시하는 것도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대안이 하나 있으면 다른 대안을 찾아 서로 비교하고 어떤 것이 자신에게 최적의 선택이 되는지 확인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단일대안회피(single option av ersion)’성향이라고 합니다. 이와 유사하게 ‘중간가 책정’ 마케팅 전략도 단일대안회피 성향을 이용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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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대에 고가, 중간가, 저가의 상품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중간의 상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기법인데 이것은 ‘골디락스 가격(goldilocks pricing)’이라고 합니다. 

 

즉 마트에 명절 선물용 사과 상자를 사러 간 소비자가 가격이 너무 비싸면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너무 저렴하면 사과의 품질에 하자가 있거나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자연스럽게 중간 가격의 사과 상자를 구입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선택지를 많이 주면 소비자가 스스로 고민하고 스스로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배리 슈워츠 교수는 재미있는 실험을 하나 합니다.

 

슈워츠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을 두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그들을 마트에 데려가 잼을 구매하도록 했는데 한쪽 그룹은 6개의 잼, 또 다른 그룹은 24개의 잼이 진열되어 있는 코너로 데리고 갔습니다. 

 

실험 결과 6개의 잼을 진열했을 때 구매자 수가 더 많았고 오히려 선택지가 너무 많을 경우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생필품이 필요해서 마트에 가는 사람도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구매까지 연결이 쉽지 않는데 하물며 옷을 사러 온 사람은 어떨까요?

 

현대인은 당장 옷이 없어서 옷을 사러 온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너무 많은 SKU를 제안한다면 오히려 구매 행동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성장한 브랜드가 지속적인 매출 상승을 과업으로 삼는 사업계획을 짠다면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매장을 더 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소비자를 더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매장도 더 이상 낼 곳이 없다면 그때부터 브랜드가 쌓아온 이미지나 커뮤니케이션해 왔던 소비자 집단과 동떨어진 옷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SKU는 많아지고 선택의 역설에 빠진 소비자는 구매를 주저하며 충성 고객들은 브랜드가 정체성을 잃었다며 다른 브랜드를 찾아 떠날 것이 뻔합니다.

 

‘몽클레어’ 매장을 보면 흥미로운 인테리어 포인트가 있습니다. 행거에 홈이 파여 있고, 그 홈에 옷걸이가 고정되어 있어 옷을 구경할 때 옷이 행거 앞뒤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행거 하나에 8~9개의 홈이 파여 있고 20평 정도의 매장에 10개 남짓의 행거가 있으므로 20평 정도의 매장이라면 90개의 MDQ(Minimum Di splay Quantity)’를 갖게 됩니다. 인테리어에서부터 SKU와 MDQ를 제한해 버린 것입니다. 

 

SKU를 늘려도 매장에 상품을 디스플레이 할 곳이 없고 SKU를 줄인다면 매장에 중복 디피를 해야 해서 매장이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생산 로트가 무리하게 올라가 판매율에 타격을 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몽클레어 관계자와 얘기를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저는 이 브랜드가 본인들이 만드는 아이템에 가장 최적화된 적정 SKU를 찾았기 때문에 이런 인테리어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에서 입지가 다져진 브랜드라면 지나친 성장일로 보다 매출 한계를 인지하고 적정 SKU를 찾는 노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이를 통해 브랜드의 지속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성을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경력사항

  • 現) 동인인터내셔날 2XU 사업부장
  • 前) 더네이처홀딩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CD
  • 前) 네파 상품기획 팀장/유럽프로젝트장
  • 前) 인디에프 ‘프레디’ 상품기획 팀장
  • 前) 데상트 ‘르꼬끄 스포르티브’ 상품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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