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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패션생활/박지훈

대한민국에서 패션뉴딜이 일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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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지훈 동인인터내셔날 ‘2XU’ 본부장 (jihpark07@gmail.com) | 작성일 2021년 03월 08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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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에코마트​>

 

인류가 처음 화석 에너지를 사용했을 당시에는 몰랐을 것이다. 이 저렴하고 풍부한 에너지가 주는 따뜻함과 안락함, 환하게 밝혀진 밤거리의 넘쳐나는 낭만, 평생 가본 적 없는 이국 여행에 대한 기대에 너무 취한 나머지 앞으로 150년 뒤 이 검은 피가 초래하게 될 재앙에 대해서 말이다. 

 

무엇이든 누군가 처음 만들 때 그것이 인류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지는 않지만, 언제나 욕심이 화를 부르고 이야기는 원작자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간다. 

 

아인슈타인의 연구가 리틀보이(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가 되고, 친구 간 근황을 묻는 앱은 중독과 자살을 불러오고, 편리한 주방 용기를 만든 이가 태평양 앨버트로스의 새끼 배에 플라스틱 조각을 채워 한번 날아오르지도 못한 채 새로서의 생을 마감시킬 것이라는 기분 나쁜 상상을 해보기나 했겠냐는 말이다. 

 

진정한 ‘혁명’은 지금부터

‘검은 금’이나 ‘검은 피’로 불리는 이 액체를 둘러싼 자본은 국제적 힘의 질서를 다시 세우고 글로벌 빈부 격차를 만들어 내더니 급기야는 영구 동토층을 녹아내리게 하고 쓰나미와 대응하기 어려운 기후변화, 유례없는 전염병 창궐을 가져왔다. 

 

화석연료에 기초한 문명이 결국 코로나19 위기를 가져왔다는 논리는 이렇듯 단순하고 명쾌한데 가끔 서구 문명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미개한 식용문화가 바이러스를 가져왔다고 본질을 호도하는 것을 보면 아직 석유를 둘러싼 이권이 많이 남아 있기는 한 모양이다.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을 외치고 있지만 패러다임이 바뀌려면, 다시 말해 진정한 의미에서 ‘혁명’이 일어나려면 결정적인 세 가지의 기술이 나타나 기존의 것을 수렴함과 동시에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제레미 리프킨은 이런 의미에서 현재 인류는 3차 산업혁명 중에 있다고 말한다. 결정적 기술 세 가지는 커뮤니케이션 수단(네트워크), 에너지원, 물류 이동성이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보면 활자, 전화, 인터넷 순이고 에너지원으로 보면 석탄, 석유, 천연에너지 순, 물류 이동성 차원에서는 증기기관, 내연기관(Internal Combustion Engine), BEV(Battery Electric Vehicle) 또는 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의 순서로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각 단계에서 이 세 가지 기술이 완전해질 때 비로소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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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H&M>

 

그린 뉴딜을 향하여

1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은 단연코 영국이었고 영국은 선로를 깔고 증기기관을 만들어 전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었다. 2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은 미국이다. 칼벤츠는 자동차를 만들었지만 자동차를 대중화시킨 것은 헨리포드다. 

 

자동차를 비롯해 배, 비행기라고도 불리는 내연기관은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 버렸고 여기에 가세한 텔레비전과 라디오는 화석 연료에 대한 인류의 의존도를 극도로 끌어 올렸다. 내연기관이 없었다면 다 먹지도 못할 소와 돼지를 키우느라 밀림을 밀어버리고, 박쥐 서식지를 파괴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뒤늦게 우리가 하고 있는 노력은 내연기관을 BEV, 궁극적으로는 FCEV로 바꾸는 것이다. 화석연료 기반의 글로벌 기업의 움직임이 몇 년 사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빨라졌다는 것은 자동차 업계에서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동네 꼬마 같은 테슬라를 내버려 둔 독일 3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신규 모델을 출시하고 전기차 판매 데이터를 갈아 치우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 남아있는 화석 연료의 이권이 아쉽기는 하지만 3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 앞에 포기하기로 한 것 같다. 

 

에너지원이 바뀌면 물류 이동성이 바뀌고 그린 뉴딜은 여기에 핵심이 있다. IOT의 통제 속에 모든 건물은 효율적이고 개방적인 배터리 셀로 바뀔 것이고 이것은 곧 모든 건물이 BEV나 FCEV의 충전소가 된다는 것, 모든 건물이 태양광 발전소가 되어 서로를 연결하는 노드(node)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1935년 월리스 흄 캐러더스가 나일론이란 얇은 가닥을 뽑아낸 뒤 90년이란 시간 동안 섬유산업은 화석연료에 의존해 왔다. 화석 연료에서 뽑아낸 섬유는 생산과 폐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지역적으로나 세계적으로 ‘매우 심각한 오염’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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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유니클로>

 

패션 뉴딜을 기대한다

재활용 폴리에스터, 페트병으로 만든 티셔츠 등 이것마저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보면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 변화에 패션이 대응하는 자세는 소극적이고 이기적이다. 

 

수년 전 스파이바를 다룬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스파이바는 2007년 게이오대학 첨단 생명과학 연구소에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공 구조 단백질을 사용한 신소재이다. 

 

그간의 연구가 결실을 맺어 ‘브리드 프로틴’을 사용한 티셔츠와 아웃도어 제품의 상품화에 성공했다. 패션도 2차 산업혁명의 케케묵은 에너지원으로부터 서서히 빠져나오는 듯 싶다. 

 

옷을 생산하는 회사의 윤리의식과 사회적 역할 사이에서, 인공 구조 단백질로부터 실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저탄소 경제구조로 전환되는 가운데 새로운 형태의 경기 부양과 고용 촉진을 이끌어낼 패션 뉴딜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화석 연료는 우리 삶에 너무 깊이 들어온 나머지 화석연료의 사용 중단이 우리 삶을 멈춰 세울 것 같지만 이제 지구는 검은 피를 그만 흘려야 한다. 2030년이 오기 전에 다음과 같은 광고 문구를 봤으면 좋겠다. 광고주가 대한민국 패션 회사라면 더 좋겠다. 

 

“The first man-made textile fiber derived from PROTEIN, water, and air(단백질, 물, 공기로부터 만들어낸 최초의 인공 섬유입니다).”​ 

경력사항

  • 現) 동인인터내셔날 2XU 사업부장
  • 前) 더네이처홀딩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CD
  • 前) 네파 상품기획 팀장/유럽프로젝트장
  • 前) 인디에프 ‘프레디’ 상품기획 팀장
  • 前) 데상트 ‘르꼬끄 스포르티브’ 상품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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