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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패션, 만드는 사람의 제안과 실천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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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20년 11월 03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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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을 실험하는 젊은 디렉터들의 이야기

 

윤지윤 옵티컬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정다운 오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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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스토어‘윤 서울’에서 함께한 정다운 오유 대표(왼쪽)와 윤지윤 옵티컬윤 CD. 캐시미어 니트웨어‘오유’와 아이웨어‘윤’은 이번 F/W 시즌‘이끼’를 모티브로 친환경 컬렉션을 함께 만들었다. photo 모지웅 기자>

 

일부 온라인 플랫폼을 제외하면, 패션시장의 긍정적 이슈가 참으로 귀했던 1년이 지나고 있다. 코로나 혼돈 속에 그나마 거둔 수확이라면, 자연의 법칙을 아랑곳하지 않은 인간이 만들어낸 문제를 인지했고 지속가능패션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는 점이랄까. 

 

요즘 여기저기서 ‘지구를 지키는 착한 패션’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산업계와 시장은 서구사회와 비교해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 상품에 대한 투자나 지불 의사가 약하다. 지속가능패션이 돈도 되는 기회를 잡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파타고니아’ 같은 한정된 해외 브랜드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 지속가능패션은 일부의 착한 소비가 아니라 누구나 쉽고 당연하게 접할 수 있어야 된다는 의지를 가지고 손잡은 두 명의 젊은 디렉터가 있다. 그들은 울과 사탕수수로 만든 신발로 세계적 브랜드가 된 ‘올버즈’의 사업 대원칙과 같이 ‘사업도 선(善)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개발비만큼의 수익을 내려면 한참의 시간이 필요함에도 말이다. 

 

서울 성수동 옵티컬윤의 플래그십스토어 ‘윤 서울’에서 첫 번째 협업 프로젝트 ‘윤(YUN)X오유(OU)’ 친환경 협업 컬렉션을 처음 공개하는 그들을 만났다.  

 

‘이끼’를 모티브로 한 안경과 캐시미어 

안경과 캐시미어 니트웨어, 각자의 전문 영역이 확실하고 어쩌면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아이템의 만남. 그들은 이번에 ‘이끼’를 모티브로 ‘지구와 나의 건강을 위한 디자인’을 풀어냈다. 메인 아이템은 바이오 아세테이트 프레임 안경과 무염(無染) 캐시미어 머플러다. 쉽게 말해 필요를 다했을 때,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소재로 패션상품을 만든 것이다. 

 

협업 컬렉션의 모티브인 ‘이끼’는 ‘이끼와 함께’라는 어느 생태학자의 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산소를 공급하는 식물이자 먹이사슬 구조의 기초, 많은 양의 물을 머금어 수량 조절을 하며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생명력, 나무나 바위와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위치까지. 존재감이 크지 않지만 생태계 유지에 큰 역할을 하는 이끼 같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뜻이리라. 중심 컬러도 당연히 모스 그린(moss green)이다. 

 

- ‘윤과 ‘오유’의 인연은 어떻게 맺어졌나요?

정다운 오유 대표(이하 정) “한섬에서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근무할 때, 윤CD가 마인 디자인실 막내로 입사해 처음 만났어요. 집이 같은 방향이다 보니 출퇴근하며 자연스럽게 친해졌죠. 

 

나중에 윤CD가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게 되고, 제가 배낭여행을 하며 세계 이곳저곳을 떠돌다보니(웃음) 한동안은 화상채팅으로만 만날 수 있었는데, 올 초에 ‘윤 서울’이 오픈하게 되면서 재회했어요. 윤CD가 그동안 지속가능패션에 집중하는 ‘오유’를 지켜보며 응원했고, 방향성이 너무 좋으니까 아이디어를 합쳐 보자고 했죠.”

 

- 의견이 항상 일치할 수는 없었을 텐데, 다툼은 없었나요?

정 “준비 기간도 꽤 길었고 처음 해보는 협업이었지만 ‘우린 전생에 커플이었나 보다’ 할 정도로 의견이 너무 잘 맞았어요(웃음). 엄연한 ‘사업’인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이 잘 진행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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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X 오유’ 무염 캐시미어 컬렉션.>

 

- 섬유 잡화 이상으로 안경은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는 패션성이 강한 아이템이잖아요. 지속가능성과 패션성을 아우르는 개발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일반 소비자들이 생분해 안경에 얼마나 메리트를 가질지도 모를 일이구요.

윤지윤 옵티컬윤 CD(이하 윤) “‘패션 디자인’이 꼭 의류에 한정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이웨어 디자인을 시작했고, 지속가능패션 테마인 이번 협업은 저의 도전이기도 하고 옵티컬윤의 도전이기도 했죠. 

 

사실 바이오 아세테이트라는 소재를 가지고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셰이프(shape)를 구현하고, 원하는 컬러감을 내고, 합리적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프레임을 개발하는 일이 쉽진 않았어요. 수없이 시제품을 제작한 끝에 F/W시즌에 맞는 3스타일의 협업 컬렉션을 만들어냈죠. 내년 S/S시즌에 3스타일이 더 나올 예정이에요.”

 

소비자로서, 바이오 아세테이트 컬렉션에 대한 감상을 밝혀보자면 한마디로 ‘은은하다’. 딱 적당한 정도로 ‘튀는’, 안경다리 내부에 삽입된 캐시미어 니트 조직 장식은 협업 디자인의 위트 있는 포인트다.

 

광학엔지니어와 패션디자이너의 파트너십  

2015년, 독일 베를린에 한국 안경 브랜드 ‘윤(YUN)’의 매장이 문을 열었다. 

30년 경력의 안경업계 베테랑 윤철주 대표와 그의 딸이자 패션 디자이너 윤지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브랜드. 쉽게 ‘가족사업’으로 볼 수도 있지만 굳이 협업, 비즈니스 파트너로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다.

 

아버지와 딸은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물건을 만들면서, 단순하게 가족 사업 대물림 같은 것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 세대와 자녀 세대, 패션과 기능, 동양과 서양, 디자인과 기술, 장인정신과 자동화 사이에서 미묘한 중심을 찾는 안경을 만들고 싶었다. 

 

사업모델을 처음 생각하고 설계한 이는 창업주 윤철주 대표, 디자인부터 생산관리까지 ‘윤’의 브랜딩 총괄은 윤지윤 디렉터가 담당한다. 

 

윤 “아버지가 하드웨어, 저는 소프트웨어인 셈이죠. 어렸을 때에는 아버지가 하는 일이 재미없게 보였는데(웃음), 브랜드화의 기초는 아버지의 히스토리가 됐어요. 헤리티지를 가진,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제조기반이 탄탄하고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 우리만의 강력한 힘이 아닐까 생각했죠.” 

 

- 왜 독일에서 시작하려고 생각하셨어요? 

 “언니가 거주 중이기도 하고, 20분 안에 안경을 완성해 줄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생각했고 유럽이 좋은 시장이라고 판단했어요. 유럽에서는 안경제작을 하려면 기본 2주일이 걸립니다. 게다가 매우 고가죠. 우리나라에서는 ‘시스템’이랄 것도 없는 동네 작은 점포에서도 2-3시간이면 안경이 뚝딱 만들어져 나오는데. 언니가 사전에 시장조사를 정말 꼼꼼하게 해 줬습니다.오픈 직후부터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고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잘 관리되고 있어요. 경제작 솔루션을 이해하는 전문 안경사는 독일에서도 수요 인력 대비 공급이 부족한데, 5년을 같이한 직원들이다보니 화상회의로도 소통이 잘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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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X 오유’ 바이오 아세테이트 컬렉션.>

 

-‘윤’의 안경은 어떤 점이 다른 가요

“보통 검안하고 도수를 측정하고 렌즈공장에 주문을 넣고 기다렸다가 그걸 받아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전통 방식이라면 윤은 인스토어 프로덕션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실제로 ‘윤 서울’ 플래그십스토어 입구에는 마치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에서 보았던 로스팅 컨베이어 시스템의 축소판 같은 안경제작 컨베이어 시스템을 볼 수 있다. 매장 내 12,000가지 렌즈 중 선택된 하나를 선택된 프레임에 맞춰 가공(트레이싱)한다. 도수에 따른 렌즈 두께 조절 장비와 기술도 직접 개발했다. 렌즈도 안경을 쓰는 사람의 시력, 시선 이동 습관 등에 맞춰 프리폼 가공을 한다. 옷으로 말하면 입는 사람의 체형과 취향에 따른 ‘커스터마이징’인 셈이다.  

 

윤은 원래 렌즈 가공이 주력사업이었다고 한다. 2005년, 윤철주 대표가 고객 니즈에 맞는 렌즈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고품질 렌즈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장비를 독일에서 도입하면서 개인별 맞춤 렌즈 생산 시스템을 개발했다. 하지만 프레임과 렌즈가 각기 다른 채널을 통해 유통되는 국내 안경 산업 구조 때문에 최종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제품을 공급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20분 안에 검안부터 안경제작이 가능한 매장을 만들었다. 

 

“특정한 방향을 정해놓고 오프라인 매장을 열지는 않겠지만 안경은 생활밀착형 아이템이라서 타깃 지역 특성에 맞춰서 콘셉트를 달리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매장이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거죠. MZ세대의 주요한 니즈가 ‘경험’이기도 하구요. 오픈 직후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바람에 예상보단 좀 더디게 가고 있지만, 견딜 만합니다(웃음).”

 

무염(無染)으로도 색감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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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는 작년 가을 ‘지속가능성, 합리적 가격,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론칭한 캐시미어 베이스의 잡화 브랜드다.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첫 선을 보였고, 잠시 정비의 시간을 가진 후 최근 두 번째 텀블벅 펀딩을 마쳤다. 작년엔 기본 머플러와 숄 등 4개 스타일을 만들었는데 이번엔 14개 스타일이다. 작년에 첫 번째 펀딩에 참여했던 이들의 재구매율이 상당히 높았다. 

 

이번엔 텀블벅이 제공한 소비자 의견을 제품기획에 반영했다. 어두운 컬러, 유아동용 제품에 대한 니즈가 높았기 때문에 아이보리 컬러에 브라운, 베이지 컬러를 추가했다. 염색을 하지 않아도 충분한 색감을 내는 것이 ‘오유’만의 노하우다.   

 

여름부터 준비해서 9월에 펀딩을 시작해 1차는 1100%, 이번엔 목표차룰 700% 달성했다. 텀블벅 펀딩을 통해 진심과 애정이 가득한 고객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기획할 생각이다. 

 

텀블벅 펀딩도 이번에 협업한 ‘윤’과 동시에 오픈했다. 개별 펀딩을 진행했지만 각자의 페이지에 협업 스토리를 공유했고 특별 상품으로 캐시미어 안대를 개발했다. 

 

정 “젊은 사람들이 좋은 소재로 올바르게 잘 만들어진 제품을 쉽게 살 수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가격도 너무 비싸면 안 되겠죠. 그래서 오유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기본 머플러는 가격을 98,000원에 맞췄어요. 캐시미어 100% 제품도 수십, 수백만원대의 고가품만 있는 것이 아니라 10만 원 미만으로도 살 수 있다, 좋은 것에 좀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더 널리 쓰일 수 있으니까요.”

 

‘윤’ 과 ‘오유’의 협업 아이템은 윤 서울뿐만 아니라 윤 베를린에서도 동시에 출시됐다. 다만 체형과 취향을 고려해 ‘윤’의 안경은 사이즈 스펙이 조금 다르고 ‘오유’의 아이템은 색감이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비니와 머플러 세트를 윤 서울에서는 어두운 컬러, 윤 베를린에서는 화이트로 구성하는 식이다. 

 

정 “윤은 서울에서 론칭하기 전부터 이름이 알려져 있었고 일일이 대응하기 힘들 정도로 협업 제안도 많이 받는 브랜드에요. 오유에 비해 사업 규모가 훨씬 크죠. 오유 같은 스몰 브랜드의 정신과 가치에 공감해주고 손을 잡아주어서 너무 고맙죠. 오유에겐 정말 귀한 레퍼런스가 되잖아요. 앞으로 ‘윤’과 ‘오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계속 개발하려고 합니다”

 

윤 “만드는 사람이 지속가능패션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해야지, 소비자를 계몽시킨다거나 소비자가 찾을 때 까지 기다린다는 생각은 옳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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