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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정혜 분크 대표 "하고 싶고, 재미있어서 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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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수한 기자 (saeva@fpost.co.kr) | 작성일 2021년 04월 15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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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부터 의류 액세서리까지 거침없는 확장

분크, 클루투, 트리마치 포트폴리오 라인업​

“이제는 옷도 만드세요?”

 

석정혜 분크 대표는 요즘 이런 질문까지 받는다고 한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가방 디자이너’라는 말도, 이제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이런 질문에 대한 석정혜 대표의 대답은 간결하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옷이든 액세서리든 좋아하고 많이 입어본 사람이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석정혜 대표는 핸드백 분크에 이어 의류 클루투, 캐주얼 액세서리 트라마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분크는 핸드백 업계의 다크호스로 자리 잡고 있고, 클루투는 오픈 당일 매출 1억7천만 원, 지난달 말 오픈한 액세서리 트리마치 역시 당일 매출이 1억 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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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대표의 유명세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새로운 도전의 이유는 무엇일까. 

 

주얼리 디자이너로 시작

석정혜 대표가 패션계에 발을 들인 것은 사실 가방 디자이너가 아닌 주얼리 디자이너로서였다.

 

처음 주얼리 디자이너를 시작했을 때는 돈도 많이 벌었다. 한섬의 시스템 마인, 미샤의 전체적인 액세서리 ODM을 진행하면서 금속 관련 디자인 외주와 제작을 시작해 나중에는 의류에 들어가는 벨트, 버클 부자재 등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석정혜 대표의 ODM 회사는 급성장했지만 IMF 위기를 넘지 못했고 큰 빚이 쌓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어려운 시기가 지나자 주문이 다시 밀려왔고, 여성복 전문기업들의 액세서리는 물론 가방, 신발 등 의류를 제외한 다양한 아이템까지 만들었다.

 

“그때는 하청 업체인데도 불구하고 브랜드를 골라가면서 일했어요. 주문이 많을 땐 월 4억5천만 원 매출을 올리기도 했어요. IMF 때 진 빚도 금방 다 갚았죠.”

 

석 대표는 액세서리 ODM을 10년 만에 그만두었다.

 

“너무 지겨웠죠, 수공업으로 비즈를 꿰어 목걸이 팔찌 만드는 것이 너무 힘들기도 했고 매출도 너무 작았어요. 가방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면서 액세서리를 자연스레 그만두게 됐죠. 가방은 또 다른 세상이었어요. 이후 가방 ODM으로 회사를 키웠죠.”

 

자신이 만든 브랜드 쿠론으로 코오롱과 함께하면서 가방 디자이너로의 길은 더욱 확고해졌고, ‘석정혜’이라는 이름 석 자가 더 널리 알려지게 됐다. 지금은 자신만의 브랜드 ‘분크’를 론칭해 2년 만에 급성장하고 있다.

 

액세서리 디자인, 다시 시작 

“시간이 많이 지났잖아요. 지겨움도 다 잊혀졌고, 나의 액세서리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아직도 남아 있더라고요.”

 

하루는 진주목걸이가 하고 싶었다. 인터넷 쇼핑몰을 찾아보니 20만 원이 넘었다. ‘이런, 내가 만들면 이것보다는 싸겠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예전 거래했던 주얼리 제조 공장을 찾았다.

 

아직도 석 대표를 기억해주는 장인들이 그녀를 반겼다. 담수 진주를 사와 목걸이를 직접 만들었고, 본인 것 외에 지인들에게 선물할 목적으로 몇 개를 더 만들었다.

 

“지인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죠, 비즈도 조금 사와 목걸이와 팔찌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너도나도 구매하겠다는 거예요. 액세서리를 다시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죠.”

 

석 대표는 3년 전 만들어 놓았던 ‘트리마치’라는 브랜드를 꺼냈다. 이 브랜드 이름으로 어떤 것을 만들까 고민해오다 ‘액세서리면 딱이겠다’라고 결론 내렸다.

 

결론을 내리자마자 바로 실행에 들어갔고, 모든 샘플을 석 대표가 직접 만들었다. 20~30개가 되는 샘플을 만들어 제조 공장에 의뢰했다.

 

“현재 유통되는 진주목걸이는 너무 비싸요. 트리마치 진주목걸이는 6만 원대예요. 거품을 빼고 좋은 제품을 싸게 만들어서 파는 거죠.” 그렇게 트리마치는 지난 달 30일 세상에 공개됐고, 석정혜 대표의 새로운 브랜드가 됐다.

 

트리마치는 액세서리로 시작됐지만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아우를 예정이다. 모자, 양말, 가벼운 티셔츠, 오가닉 수건, 타월, 아대 등 라이프스타일 관련 홈웨어까지 브랜드를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 6만 원대 트리마치 진주목걸이를 비롯한 제품들은 3천 원짜리 샤무드 주머니에 넣어 배송할 만큼 정성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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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 호보 피콜로>

 

돈보다는 새로운 것, 기분 좋은 것

“내 취향에 맞는 아이템을 모아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요즘 같은 시절에 뭔가 사고 받았을 때 기분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돈보다는 뭔가 새로운 것, 마음속에 갖고 있는 힙함을 표출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계속 개발하는 중이에요.”

 

트리마치는 수량도 무작정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수량대로 만들고 원하는 사람들에게만 팔 계획이다. 드롭 방식으로 공개 날짜를 정하고, 예약 판매로 진행된다. 완판된 제품은 예약 주문을 통해 만들어진다. 브랜드를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만을 위한 아이템이다. 

 

이 같은 방식은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다. 잘 팔리면 팔리는 대로 무작정 만들어 매출을 올리기 위함이 아니다. 정해진 수량을 만들어 놓고, 다 팔리면 얼마의 매출이 나오는지도 정해져 있다.

 

“분크, 클루투, 트리마치 모두 매출 지향적인 브랜드가 아니에요. 내가 좋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뿐이죠.”

 

첫 의류 도전 클루투

석정혜 대표는 처음으로 의류 분야에도 도전했다. 미국 브랜드 클루의 세컨드 브랜드 ‘클루투’를 가져와 국내에 자신만의 감성을 담아냈다. ‘클루투’는 오픈 당일 밤 12시 오픈해 한두 시간 만에 1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마음속으로는 한 7천만 원 정도 팔리려나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두 배 이상 나왔어요. 마케팅도 없었고, 소통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 브랜드 사이의 신뢰감인 것 같아요.” 

 

석정혜라는 디자이너에 대한 신뢰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 것일까. 석 대표는 평소에도 옷을 아주 좋아한다. 옷장에 옷이 넘쳐날 정도로 예쁘고 편한 옷들을 사랑한다.

 

“데님도 만들고 싶었는데, 디테일 같은 것들이 쉽지 않고 기존 브랜드들과 차별화할 요소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재킷인데 아우터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죠. 베스트 아이템이기도 하고 저는 이 옷이 좋아서 10일 동안 입기도 했어요(웃음).”

 

클루투는 여성복 업계 디자이너들이 샘플로 구매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한다. 온라인에서 착장 방식을 보여주고, 매주 신상품을 출시하는 시스템으로 진행한다. 메인 아이템을 세워놓고 이와 어울리는 제품을 스타일링해주는 방식으로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다. 

 

클루투가 온라인에서 먼저 오픈한 이후 백화점에서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먼저 팝업 매장부터 열자는 제안이다. 석정혜 대표의 의류 디자인은 분크 매장 안에서의 셔츠로 먼저 보여졌다.

 

“분크의 셔츠는 미니멀 스타일이에요. 저는 제가 입기 싫은 옷은 못 만들겠더라고요. 그래서 제 스타일대로만 만들어요. 이게 좋으면 사는 거겠죠.”

 클루투 역시 자신이 입고 싶었던 스타일대로 만들었다. 샘플도 하나도 사지 않았다. 

 

무조건 새로운 것으로 시도했다. 일반적인 기성복에서 보여졌던 마감이나 디테일을 피했다. 기성복을 입었을 때 불편했던 것, 이렇게 하면 예쁘겠다고 생각했던 요소들은 모두 반영했다. 평소에 본인이 입고 싶었던 옷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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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트리마치> 

 

분크는 흐르는 대로

‘오프라인이 안 되면 온라인으로 하면 된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무조건 온라인에서 제품을 공개한다고 다 팔리는 것은 절대 아니죠. 시스템과 마케팅을 통한 온라인 비즈니스가 대부분이지만 저는 그런 방식을 따르지 않아요. 연예인 PPL도 절대 없어요. 해달라고해도 안 해주죠. SNS 피드에 내세운 적도 없어요. 브랜드는 브랜드 그 자체일 뿐, 다른 유명세를 이용하고 싶지 않아요.”

 

한 연예인이 최근 분크 청담직영점에서 가방 20개를 한 번에 구매했다고 한다. 일반 브랜드였다면 이를 마케팅 꺼리로 활용했겠지만 분크는 그러지 않았다. 매장에 연예인들이 많이 오지만 이를 마케팅적으로 활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분크는 별다른 마케팅이 없지만 석정혜 대표의 디자인과 브랜딩을 좋아하는 고객들로 팬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급하지 않다. 천천히 가겠다는 생각이다.

 

분크는 오프라인 유통 역시 보수적으로 가져간다. 무리하게 오픈하지 않을 계획이다. 각 점포에 맞는 MD 구성을 통해 적중률을 높인다. 스타일당 점포에 공급하는 수량도 조절하고 달리 가져간다. 

 

“분크 고객들은 한 사람이 10개 이상의 가방을 구매한 고객들도 많아요. 그런 고객들에게도 무조건 더 사라고 강요하는 대신 이미 갖고 있는 가방에 스트랩만 바꾸어 다른 분위기를 내 보라고 제안해요.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계속 새롭고 재미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각 브랜드의 전략도 명확하다.

 

분크는 라인 익스텐션을 고민 중이다. 가방에서 어떤 아이템으로 확장해야 할지를 놓고 계속 생각하고 있다. 물론 기존 라이선스 브랜드처럼 무분별한 확장이 아닌, 분크 안에서의 다양함을 어떻게 하면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클루투는 볼륨화에 나설 계획이다. 기회가 된다면 유통을 통해 매스 브랜드로 육성할 방침이다. 트리마치는 재미를 줄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든다.

 

“트리마치는 스타일링보다는 즐거움을 주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적은 돈으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브랜드, 감성이 메말라 있는 시장에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어보려고 해요.”

 

ebb6afeac1e4186feba13bdddd49a167_1618118338_4392.jpg<photo 클루투>

 

 

트리마치는 재미와 쉼을 주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죠. 돈 벌려 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도, 멤버들 급여나 생산비 걱정 없이 사업이 이뤄지고 있으니까요. 계획도 중요하지만 물 흐르는 대로 갈 계획이에요. 계획대로 가고 싶다고 그렇게 이뤄지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분크, 클루투, 트리마치 3개 브랜드의 전개 방식은 다르지만 가는 방향은 같다. 손님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를 지속해서 추가하고, 지루하지 않도록 새로움을 제공하는 것이다.여러 가지를 다 담지는 않는다. 브랜드 색을 보여줄 수 있는 정도만 담아낼 계획이다.

 

“나의 지루함은 곧 손님들에게도 지루함으로 드러나죠. 눈을 확 돌려 아주 다른 것을 하지는 않지만 조금만 시각을 돌려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거예요. 소비자들이 지루하기 전에 새로운 것을 찾아 보여주는 거죠.”

 

석정혜 대표는 분크 가방을 즐겨 든다. 

 

“제가 자주 드는 가방이 제일 잘 팔려요. 소비자의 마음으로 만들기 때문인 것 같아요. 불편한 것이 있으면 사용해보면서 수정하고 손님들 의견도 많이 수렴하죠, 스트랩이나 가방 입구 폭을 1㎝ 정도 수정했는데도 그다음 시즌 인기 아이템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어요.”

 

석정혜 대표는 패션으로 고객들에게 소통하는 즐거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분크라는 브랜드가 좋으면, 다른 아이템들도 모두 좋아하는 현상이 일어나요. 다른 브랜드들도 마찬가지죠. 고객들이 지겨워서 떠나기 전에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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