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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가 되어도 만들 수 있고 입을 수 있는 옷, ‘쎄르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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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21년 10월 04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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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히피의 자유로움과 충만한 락 스피릿, 그의 옷엔 특별한 것이 있다

쎄르페(SSERPE) 이상화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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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초, 모 프레젠테이션에서 브랜드 ‘쎄르페(SSER PE)’를  전개하는 이상화 디자이너를 처음 보았다. 

 

신인 디자이너들이 본인의 브랜드를 소개하는 일종의 사업설명회 같은, 꽤 진중한 분위기의 자리였다. 스무 개 가까운 브랜드, 조금씩은 긴장한 발표자들 사이에서, 그는 너무나 눈에 띄었다.

 

디자이너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장 훌륭한 브랜드의 대변자가 되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허리께까지 늘어뜨린 웨이브 진 금발 머리, 보는 이의 시선을 반쯤 차단하는 안경, 방금 락 페스티벌에서 돌아온 듯한 그는 스타일만큼 멋지게 ‘쎄르페’의 현재와 미래를 설명했다.

 

자유, 평화, 사랑의 메시지를 던지는 히피즘(hippieism)이 ‘쎄르페’가 가진 디자인 철학이라고 했다.  

 

굉장히 찐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강렬한 프린트, 그럼에도 유행의 흐름을 잘 읽어내는 옷, 무엇보다 ‘돈을 벌 수 있는’ 브랜드라는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쎄르페’는 루키 디자이너가 시즌 컬렉션 운영과 소비자 판매를 병행해 나갈 수 있을 만큼의 수익을 내기 시작했고, 당연히 양산도 가능한 터였다. 범상치 않았던 이 디자이너는 오는 7일 개막하는 ‘2022 S/S 서울패션위크' 데뷔를 앞두고 있다.

 

. ‘쎄르페’는 매 시즌 20개 안팎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지원하는 서울패션위크 제너레이션넥스트 프로그램에 선발되었고, 이번 서울패션위크 기간 패션쇼 영상을 선보이고 문화부 지원 ‘패션코드’와 결합해 열리는 수주상담회에 참가한다.

 

컬렉션은 물론이고, 디자이너 역시 엔터테이너적 재능까지 돋보인 브랜드의 다음 시즌이 기대되는 건 당연했다. 인터뷰 일정을 잡으면서, 내심 락스타 같았던 그 때의 비주얼을 기대했다. 

 

그가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는 동대문시장 인근에서 만나기로 하고, DDP몰에 있는 서울시 V커머스 스튜디오를 인터뷰 장소로 섭외했다. 조금 일찍 도착해 스튜디오 바깥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이럴 수가. 너무나 단정한 상고머리의 청년을 몰라볼 뻔했다. 자본주의가 그의 자유 영혼에 생채기라도 낸 걸까. 

 

- 헤어 스타일이 너무 달라졌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하긴 했는데…. 브랜드를 론칭한지 3년이 조금 넘었어요. 경영자로서도, 디자이너로서도, 간결하고 정돈된, 밸런스를 갖춰야 하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생각이 반영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젠 과하고 어려운 것에 질렸나 봐요(웃음). 예전 여성복을 했을 땐 아방가르드하고 어려운 옷을 했는데, 지금은 한 벌의 옷에 이 많은 디테일이 다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요. 완성도와 어려운 디테일은 상관이 없는데, 굳이 과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죠.

 

그는 자리를 잡기 위해 쉴 사이 없이 달려온 지난 시간의 일과 컬렉션을 돌아보며 덜어내고 정돈하고 균형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새 컬렉션 발표를 앞두고 본인의 외모까지. 

 

보통 론칭 3년 차 정도의 신인 디자이너에게서는 정돈과 균형을 논할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내 이름을 건 컬렉션, 내 마음에도 차야 하고 사람들에게도 더 멋지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온통 정신과 노력을 쏟는다. 

 

그러다 보면 당장 본인의 인건비는 고사하고, 큰 뜻을 품고 함께 해 준 어시스트의 급여도 급급한 경우가 많다. 이상화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더 들어 보자.    

 

- 창업 초기 1인 기업을 운영하는 디자이너가 대하는 사업의 태도라기엔 원숙해 보인다

다양한 경험을 해 본 덕분이 아닐까…. 전혀 다른 공부를 하다가 입문하기도 했고, 첫 직장이 디자이너 브랜드였기 때문에 보고 배운 것도 많았구요.

 

-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것이 아닌가

고등학교 때 이과였고, 아버지의 영향도 있어서 대학은 해양생산과학과로 진학했습니다. 조금 늦게 대학 3학년 때 패션 디자인에 빠져서 부산대학교 의류학과로 전과하게 되었죠. 편입 후엔 공부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난 무조건 디자이너가 된다’ 결심하고(웃음). 열심히 하니까 교수님이 예쁘게 보이셨는지 실습 마치자마자 추천을 해 주셔서 취업하게 됐죠. 디자이너 브랜드였는데, 인 하우스 메이킹을 하면서 일을 빨리 배웠어요. 

 

1년 정도 근무하고 2014년에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어요. 거기서도 우리로 치면 봉제 프로모션에서 일을 했죠. 패턴도 뜰 수 있고, 봉제도 할 수 있으니 비교적 좋은 조건에 잘 지냈어요. 무엇보다 전 세계에서 모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더 넓은 세상을 배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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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쎄르페>

 

- 그럼 ‘쎄르페’에 대한 구상도 호주에서 처음 하게 된 것인가 

 

호주에서 돌아와 여성복을 3년 정도 전개했습니다. ‘LSH', 제 이름 이니셜을 따서 만든 브랜드인데, 처음엔 스커트만 만들어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홍보하고 판매했어요. 

 

안 팔리는 건 아닌데 단일 품목을 하니까 재구매가 더디고, 10만 원대였는데 가격 저항도 있고 성장이 안 되는 거에요. 오기가 났죠. 그래서 풀 컬렉션에 도전(웃음). 1년을 버텼는데 제대로 된 판매 채널이 없으니 힘은 들고, 포기하긴 싫어서 맞춤을 시작했습니다.

 

젊은 감성에 중장년 여성들의 체형을 고려한 옷으로 맞춤을 해서 컬렉션을 할 돈을 벌자. 어머니의 인맥이 큰 도움이 되어서 주문이 적지는 않았는데, 그러다 보니 내 옷을 만들 시간이 없어요. 비젼이 없는 길이라 생각했죠. 

 

그 시기에 서울시 디자이너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미남미녀(미싱하는 남자, 미싱하는 여자) 프로젝트’에 선발이 되어서 2017년 11월 사업자를 내고 ‘쎄르페’를 론칭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경기도가 지원하는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하게 되면서 진짜 사업의 모습을 갖출 수 있는 발판이 되었죠.”   

 

- ‘쎄르페’는 어떤 브랜드인가

히피와 락이 혼합된 새로운 문화코드를 만들어 가는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young), 섹시(sexy), 트렌디(trendy), 바이크(bike) 같은 단어가 키워드죠. 

 

호주에서 지내는 동안 히피 같았던 생활, 자유로운 감성과 마인드가 론칭의 영감이 됐고, 매 시즌 컬렉션도 자유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세계관이자 메시지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첫 컬렉션도 ‘히피 스타일’하면 떠오르는 ‘로브’ 단일 아이템으로 출발했어요. 지금도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매 시즌 선보이고 있습니다.

 

브랜드명은 아주 큰 뱀을 뜻하는 ‘serpent’에서 착안해 지었다. 일생,여러 번의 변태(變態)를 통해 새로 태어나는 동물, 펑크 무드 모티브이기도 한 뱀은 ‘쎄르페’ 컬렉션 곳곳에서 프린트, 자수 등 디자인 포인트로 볼 수 있다. 쇼 피스를 제외하면 전개 아이템은 매우 대중적이다.

 

티셔츠, 스웨트셔츠, 후드 티셔츠, 트랙슈트, 기본 슬랙스, 가죽 재킷 등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든다. ‘쎄르페’를 특별하게 만드는 디자인 요소는 우선 색감을 들 수 있다.

 

화려한 패턴이 들어가도 결코 입는 사람의 개성을 가리지 않는다. 오더 메이드 아이템에 적용되는 세심하고 세련된 자수와 염색 역시 특별하지만 절대 과함이 없다.  

 

- 첫 컬렉션은 어땠는지 이야기해 달라

“2018년 S/S 시즌에 ‘프로젝트 로브(PROJECT ROBE)’로 출발했습니다. 프린팅 로브 아이템을 통해 현대사회 속에서 잃어버린 ‘인간의 자유와 주체성’을 이야기해 보자. 나는 누구이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으며, 진정 자유로운가? 

 

사회 전반의 문제들을 담으려고 했죠. 그 다음 시즌엔 후드 프로젝트, 평소 좋아하던 음악에서 출발했습니다. 2019 S/S 시즌에 토털 컬렉션을 시작했는데, 개인적 경험과 기억을 풀어냈습니다. 

 

갑자기 호주로 건너가 히피가 되어 지냈던 경험과 서울에서의 생활이 주는 괴리감을 다뤘죠. 새로운 자아(自我)라도 찾은 양, 워커홀릭이었던 나를 버리고 새로운 환경과 친구들 속에서 생각을 나누며 자연스레 많은 것들이 변한 것 같아요. 성 소수자, 인종, 도시, 일하는 방식 등등 제가 가지고 있던 편견들을 모조리 뒤집어 버리는 계기가 되었죠. 

 

삶을 바라보는 태도 또한 당연히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웠던 시간이 그리움으로 돌아와 저를 옭아매는 거에요. 벗어나고 싶었고, 그래서 호주와 한국에서의 시간을 섞는 작업으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첫 사업에 시련을 안겨줬던 판매 채널에 대한 걱정은 지금 없다. 자사몰(thesserpe.com)은 물론이고, 무신사, W컨셉, 네이버 디자이너윈도,서울스토어를 비롯해 대표적 패션 전문 온라인몰 대부분에 입점해 있다. 

 

호주 힙너타이즈(HYPNOTISE), 일본 식스티퍼센트(SIXTY PERCENT)와 중국, 일본 셀러워크(SELLER WORK) 등 해외 채널에서도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의류만이 아니라 복주머니, 백팩 디자인을 조합한 듯한 디자인의 캐주얼 가방도 인기가 있다. 호주에서의 오더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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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모지웅 기자>

 

- 가격저항은 극복하셨는지  

“‘성장을 위한 가격정책’이 필요하다는 걸 안거죠(웃음). 맨투맨은 5만 원 언더, 팬츠는 7만 원 언더. 특종상품과 주문제작 아이템은 100만 원대, 쇼 피스는 별도로. 지금은 양산 시스템도 있고, 수요를 예측해 채널 별로 운용할 재고 물량 회전도 문제 없구요.”

 

성장을 위한 가격정책은 목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5천만 원대였던 매출액은 올해 2억 원을 바라본다. 일이 몰릴 때 어시스트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1인 기업으로선 밥값을 충분히 해내는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에서 가장 히피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동네, 동대문시장이 가까워서 고맙기도 한, 남산 밑자락 해방촌에 작은 작업실도 마련했다. 실무경력이 뒷받침된 그는 정부와 지자체 지원 사업과 프로젝트 참여 성적도 좋다. 

 

신진 디자이너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어떤 이는 그를 가리켜 “올해 대운이 들은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지원하는 프로젝트마다 다 선발이 됐다고. 이상화 디자이너는 올해만 명품니트 육성사업, 서울시 청년프로젝트, 쇼피 입점 지원 사업 등에 선정됐고 곧 서울패션위크에 데뷔한다. 

 

- 지금 어떤 프로젝트로 가장 바쁜가

우선 제가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 총괄, 실무를 다 겸하고 있는 청년프로젝트. 여러 가지 이유로 대도심의 그늘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일입니다. 

 

그 매개체가 그들의 감성을 담은 메시지와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을 담은 패션이죠. 제가 좋아하는 데님 브랜드와 협업해 진행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서울패션위크 준비로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 자면서….

 

서울패션위크는 인터뷰 시점으로부터 2주 남짓한 기간 동안 준비를 모두 마치고 영상 촬영을 해야 했다. 원래 오프라인 패션쇼를 염두에 두고 컬렉션을 다 맞춰 두었었기 때문에 영상 콘텐츠에 알맞은 기획을 새로 잡고 쇼피스도 여러 벌 새로 지어야 한다고. 촬영 장소는 영등포구 영신로, 옛 대선제분 공장이다.  

 

- 패션쇼 영상 촬영이 도움이 되나? 실익은 없고 시간만 많이 든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지원 사업에 선발되기 위한 스펙쌓기 정도라는 거다

좋은 기회에요. 이번에 영상을 잘 만들어서 호주, 일본, 중국, 홍콩의 제 바이어들에게 보내고 홍보 툴로 활용할 겁니다. 

 

당연히 거래가 전혀 없던 바이어에게 패션쇼 영상만 보내서 오더를 받을 순 없죠. 신뢰가 있는 바이어에게 수주를 받는 것이고, 그들도 역시 제 영상 콘텐츠를 비즈니스에 활용할 거구요.

 

- 해외 비즈니스를 일찍 시작한 것 같다

국내 수주회나 해외 바이어와의 화상 상담 효용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처음 해외 바이어를 개척한 2019년 패션코드도 그렇고,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구패션페어에서 화상 상담을 통해 새로운 바이어를 만나고 수주계약을 맺었습니다. 

 

디지털 룩북을 보고 사전 매칭을 해 준 바이어들과 결실을 맺은 거죠. 준비를 하고 있으면 기회는 옵니다. 

 

- 바이어들이 ‘이런 것을 좋아할 것이다’ 분석해서 전략적으로 준비했나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제가 보여주고 싶은 옷을 만들었고 보여줬을 뿐이에요. 무엇보다 가격적 메리트가 있으니까 바이어 상담이 잘 진행이 되었다고 봐요. 

 

수출 상담에선 공급가와 판매가 조율이 성패를 좌우합니다.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일하면서 홀세일, 수출 가격을 어떻게 매기는지 배웠고 지금도 수출 실무 등 공부를 합니다. 

 

시장 트렌드, 바이어 성향을 파악하는 일도 물론 중요합니다. 요즘 바이어들은 한 번에 절대 많은 양을 계약하지 않아요. 처음에 골고루 조금씩 오더하고 추가 오더를 내는 거죠.

 

‘쎄르페’는 아직 그런 데이터를 쌓아가는 상태라 특정 시장이나 바이어의 성향에 맞춰서 뭘 하고 그렇지 못해요. 할 수 있는 한, 보여주고 싶은 만큼 기획하고, 보여주고, 그다음 깊이 있게 사업 전략을 세우려고 합니다. 지금은 해외시장 개척 초기이고 호기심도 많으니까 다양한 실험을 하는 중이죠.

 

- 최종 목적지는 어디인가

“사업적 목표와 계획은 실천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거고, 저는 그냥 50살, 60살이 넘어도 계속 ‘쎄르페’를 할 수 있는 디자이너였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렇고 소비자도 수긍하는 거죠.”

 

이상화 디자이너의 ‘쎄르페’ 패션 필름은 10월 13일 오후 2시, 서울패션위크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첫 공개 된다. 13~19일까지, DDP에 방문하면 실물 컬렉션도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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