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뉴욕주립대학교 FIT 김종수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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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패션 시대 우리도 글로벌 리더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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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재원 패션 저널리스트 (fpost@fpost.co.kr) | 작성일 2019년 10월 19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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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뉴욕주립대학교 FIT 김종수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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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문화로 일대, 이른바 송도국제도시 글로벌대학캠퍼스에 있는 한국뉴욕주립대학교 FIT(이하 FIT 송도캠퍼스)가 개교 2주년을 맞았다. 

 

FIT는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스쿨이자 한국인이 가장 많이 유학하는 학교다. 1944년 개교 후 첫 한국인 졸업생(1963년, 신혜순 한국현대의상박물관장)을 배출한 이래 50여 년 동안 매년 수백 명씩, 지금까지 수만 명의 졸업생이 나와 국내외 패션기업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세계적 명문 패션스쿨 FIT’가 미국, 이탈리아에 이어 한국에 세 번째 캠퍼스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개교 이전부터 이 학교의 행정 부총장을 맡아 학사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종수 부총장(75)을 지난달 26일 송도캠퍼스에서 만나 궁금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 학교 입구에 수니 코리아(SUNY KOR EA)라고 돼 있던데, 무슨 뜻인지?

 

“한국 뉴욕주립대학교(the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KOREA)라는 뜻의 약칭이다. 뉴욕주립대학교에는 64개 대학이 속해 있는데, 그중 2대 대학(스토니 브룩, FIT)이 송도캠퍼스에 있다.”

 

스토니 브룩은 공대로 유명한데 특히 수학분야도 뛰어나서 미국 내 최상위 수준이라고 한다. 이 대학은 2012년, 송도에 글로벌캠퍼스가 조성되던 초창기에 개교했다.

 

FIT는 2017년 가을, 패션디자인(20명 정원)과 패션경영(50명 정원) 등 2개 학과를 두고 개교해 지난 6월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35명의 졸업생중 22명은 뉴욕 FIT로, 3명은 이탈리아 FIT로 진학했는데 한국인이 14명이고 나머지는 미국 덴마크 대만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일본 학생들이다. 

 

한국에서 2년 과정을 마치면 준학사학위를 받고, 뉴욕이나 이탈리아 FIT로 가서 나머지 2년 과정을 이수하면 학사학위를 받는다. 교과목 및 교수진의 수업이 뉴욕 본교와 똑같이 진행되기 때문에 FIT 송도캠퍼스에 진학하려면 무엇보다 영어실력이 필수. 거기에 더해 수학과 과학 성적도 비중 있게 본다. 수능성적과는 무관하더라도 입학하기가 만만치 않은 편이다. 

 

학비는 연간 2만3천 달러(약 2천4백여만 원) 수준으로 뉴욕 본교와 비슷하나 기숙사비가 뉴욕보다 훨씬 저렴해 전체 학비는 뉴욕 FIT보다 적다.

 

산업부와 인천시가 지원하는 송도 글로벌대학캠퍼스에는 뉴욕주립대학교 2개 대학 외에 조지메이슨대학, 유타대학 등 미국 대학들과 벨기에의 겐트대학 등 총 5개 대학 2천8백여 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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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엔 연세대학교 송도캠퍼스도 있어서 일종의 대학촌을 이루고 있는 곳. 그래도 서울의 신촌이나 홍대입구와 같은 ‘대학가’의 분위기와 비교하면 썰렁하게 느껴지는데,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했다. 

 

김 부총장은 “무엇보다도, 과목마다 과제가 많아서 학생들이 바쁜 편이라 ‘외진 곳’에 있다고 불평하는 학생들이 별로 없다”고 들려준다. 특히 뉴욕에서 온 학생들은 한국이 너무 ‘안전하다’면서 치안문제에서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것. 

 

패션디자인과 패션경영 전공의 2개 학년 학생수가 140명인데, 그중 30% 정도는 외국학생들이라고 한다. 아시아 마켓을 경험하기 위해서 온 미국학생들도 많고, 덴마크와 이탈리아 등 유럽과 대만,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등 아시아계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과 어울려 수업을 듣고 있다. 

 

현재는 학과가 2개뿐이지만 액세서리와 텍스타일, 화장품&향수,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등의 학과도 개설해 머지않아 5개학과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FIT, 무너진 뉴욕 봉제 클러스터 되살려 

 

김종수 부총장은 경기고, 서울대(사회학과)를 나와 미국 콜롬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은 마케팅 전공자다. 한국과 미국, 중국 등에서 다양한 분야의 CEO를 역임한 뒤 2016년부터 FIT 송도캠퍼스의 행정 부총장을 맡고 있다.

 

“나의 첫 직장이 상공부 산하 한국마케팅개발센터였는데, 거기서 연구원으로 정부의 제3차 경제개발5개년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그때의 동대문 일대는 판잣집들이 쭈욱 들어서 있고, 군복 염색 등으로 새카만 물이 흘러내리던 곳이었다.”

 

당시로서는 자동차 진입로를 만들고 창고를 짓는 일들이 ‘근대화’였다고. 동대문시장이 한국 패션의 ‘물류 중심’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부터라면서, 이제부터는 패션의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중심지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뉴욕시 경제개발처 통계에 의하면 뉴욕엔 약 9백개 이상의 세계적 패션기업 본사가 있고, 연간 150억 달러(약 16조원)가 넘는 소매시장이 형성돼 있다. 패션산업 종사자만 해도 18만 명이 넘고, 주요 패션출판사와 대규모 광고회사들이 몰려 있는, 그야말로 세계 패션의 수도라 할 만한 곳이다.

 

그러나 뉴욕 패션이 산업화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이민 1세대에 의한 봉제업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그 타개책의 일환으로 FIT가 설립되었다며, 김 부총장은 그 배경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준다.    

 

20세기 초 1900년대부터 시작된 독일과 러시아 유태계를 중심으로 한 많은 이민자들이 뉴욕 맨하탄의 미드타운과 로어 맨하탄에 걸쳐 정착해 봉제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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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T 졸업패션쇼.>

 

 

1930년대에 이르러서는 지금까지도 ‘가먼트 스트리트’라 불리는 이 지역에 봉제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됐다. 1931년 통계에 의하면 이곳은 단위 면적당 봉제업체 수가 세계에서 가장 밀집된 곳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1940년대 들어서면서 이곳 봉제 산업 클러스터가 위기를 맞게 된다. 이민 1세대를 중심으로 한 봉제노동력이 점차 연로해지고, 2세들은 더 나은 교육과 직장을 찾아 봉제 클러스터를 떠나는 현상이 생기게 되었기 때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뉴욕시가 봉제업체들과 연합해 1944년 패션기술전문학교인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를 이곳에 설립, 개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FIT를 졸업한 젊은이들은 새로운 감각의 디자이너로, 머천다이저로, 광고맨으로 패션시장에 진출하게 되고 이들의 활약으로 이곳 봉제 클러스터의 의류 비즈니스는 활기를 띄게 되었고 봉제 노동력은 계속 유입되는 새 이민자들로 채워지게 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된다.

 

결과적으로 FIT의 개교는, 이곳 봉제 클러스터를 가먼트 지역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 뉴욕을 세계의 패션 수도로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FIT의 가장 큰 특징은 산업과의 연계가 유기적으로 잘 돼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의 필요와 요구사항들을 아예 학과목으로 수용하여 산업 변화에 맞게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어서 교수진도 학계보다는 산업계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모든 특징들은 FIT 설립 동기와 배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겠다.

 

FIT의 첫 번째 해외 캠퍼스는 1986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생겼다. 이에 대한 김 부총장의 배경설명을 들어봤다. 

 

2차 대전 패전국이었던 이탈리아의 전후 경제가 부흥되는 데에는 밀라노를 중심으로 하는 봉제업이 상당한 기여를 했으나 패션디자인이나 의류산업은 1970년대, 1980년대 초만 해도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의 수는 극히 한정되어 있었고, 주로 파리의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제품을 하청 받아 생산하는 수준이었다. 이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도제제도 하에서 디자이너로 대우받기까지는 거의 일생을 도제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나 머천다이저 수가 극히 한정되었는데, 이탈리아 패션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6년, 피렌체 시가 유서 깊은 아름다운 캠퍼스와 재정을 제공해 뉴욕 FIT를 유치했다(이후 피렌체엔 패션경영, 밀라노엔 패션디자인 전공 캠퍼스를 둠). 당시 이탈리아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지 모르나 FIT를 유치함으로써 일생이 걸리는 도제교육 대신에 교실에서 2년의 집중적인 교육을 받은 FIT 졸업생들이 현장에서 곧장 디자이너로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FIT 유치와 함께 당시 이탈리아에 있던 여러 디자인학교들의 근대화 노력으로 이탈리아에서도 재능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나오는데,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가라바니 발렌티노, 조르지오 아르마니, 지아니 베르사체 등이 이 시대를 전후해 등장했다. 이렇게 개성 넘치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등장과 밀라노컬렉션 활성화 등을 통해 밀라노는 뉴욕 파리와 더불어 세계 패션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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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을 4차 산업혁명 핵심 클러스터로”

 

김 부총장은 미국과 이탈리아의 예에서 보듯이 두 곳 모두 교육에서 문제의 해결을 찾았음을 강조한다. 또한 주목할 것은 교육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보급하는데 그친 게 아니라, 교육을 통해 궁극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져 미국에서도 이탈리아에서도 패션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패션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서구 복식문화의 한 부분이었던 상류층 패션(오뜨 꾸뛰르)을 산업화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문화제국주의의 대표 산업 중 하나였던 패션산업이 4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산업의 관행이나 구조가 근본부터 허물어지고, 모두가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됐다. 

 

즉, 지금은 패션의 중심이고 리더라고 하는 뉴욕, 파리, 밀라노의 유행을 기다리고 따르는 시대가 아니다. 누가 먼저 새로운 기술에 접근하고, 누가 먼저 소비자에게 접근하는가가 중요한 시대다. 남보다 먼저 소비자를 설득해 내 소비자로 만드는 자가 패션업계를 리드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구매 행태도 빠른 속도로 달라져, 온라인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져 지금까지의 도소매 유통구조가 사라지고 있다. 기존의 유통구조를 기반으로 설계되고, 발전돼온 도매와 소매상가가 있는 동대문시장의 구조도 변화의 요구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Masscusto mization: 대량생산과 고객화의 합성어)을 지향하는 새로운 시대에는 소비자들도 각자 자기만을 위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고, 유통의 단계가 필요 없는 수퍼 패스트 패션(super - fast fashion)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이와 병행해서 나노 기술 등을 이용해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기능성 섬유와 옷감, 물이 전혀 사용되지 않는 염색가공, 몸의 치수 재는 것부터 재단과 봉제와 포장까지 인력이 필요치 않은 스마트 공장으로 운영되는 생산 등 앞으로의 패션산업은 현재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영역으로 발전될 것이다.   

 

이러한 크기와 속도의 변화는 새로운 과학기술을 쉽게 배우는 젊은 세대에게 적합할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장소로서 김 부총장은 세계 최대의 패션 클러스터로 성장한 동대문시장이 어느 곳보다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김 부총장은 “지난 50년 동안 제시됐던 동대문시장 개선방안들을 보면, 교육이나 세대교체에 대한 구상이나 방안이 제시된 적이 없고 기존 상인들을 위한 재교육이나 부분 지원방침 위주였다”면서 “인간의 생각과 생각하는 방법, 삶의 형태가 상상하지 못하는 속도와 크기로 바뀌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의 변화를 재교육 수준으로는 대처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패션디자인, 패션 머천다이징, 패션 마케팅 등 패션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온라인 커머스, 가상현실, 증강현실, 정보통신기술 영역을 공부하는 학생들, 그리고 새로운 기능성 섬유와 염색, 새로운 소재개발을 하는 연구소와 스마트 공장 등을 동대문에 모으고 배치하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되면 동대문시장은 각 분야별로 모인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어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을 받고 체험하는 교육장이 될 것이고, 이 교육장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인류사회의 새로운 패션을 만들고 리드해 4차 산업혁명 이후 세계 패션의 중심으로 거듭 태어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보다 민관합동 추진 기구를 둬서 관(官)과 민(民)이 서로의 장점을 살리면서 추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으로 봤다.

 

김종수 부총장의 제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어차피 변해야 할 동대문시장을, 민관이 손을 맞잡고 시대를 선도하는 핵심 클러스터로 변모시키자는 것이다.    

     

50여 년 전, 구정물이 흐르고 판잣집이 즐비하던 동대문시장의 첫 번째 근대화 작업에 손을 댔던 젊은 국책 연구원이, 패션 산학협동의 메카로 꼽히는 세계 최고의 패션스쿨 FIT 부총장으로서 동대문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자고 주창하고 있다.  

 

뉴욕 FIT가 쓰러져가던 뉴욕 봉제 산업을 일으켜 세워 세계 패션산업의 중심으로 키우는데 일조하고, 피렌체 FIT가 이탈리아 패션의 고질적 어려움이었던 도제제도를 극복하고 패션산업의 창의적 리더들을 발굴하는데 일조했듯이 한국의 FIT가 동대문시장을 중심으로 한국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패션 리더로 키우는데 일조할 수 있을까.

 

김 부총장의 꿈이, 꼭 그 한사람의 꿈일 수 없다는 점에서 실현되기를 고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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