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최충훈 두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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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 찾아 앞으로 나갈뿐 내일 더 재밌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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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19년 11월 05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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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최충훈 두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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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재킷과 그 안에 받쳐 입은 블랙 니트, 역시 블랙 팬츠에 맞춘 블랙 슈즈, 그리고 안경 프레임까지 블랙이다. 화려한 색감과 패턴이 트레이드마크인 브랜드 ‘두칸(DOUCAN)’의 디자이너 최충훈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 블랙 스타일링으로 나타났다.

 

“컬렉션과 본인의 스타일이 너무 다른 것 아니냐”고 하자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며 멋쩍게 웃었다. 

 

보통 본인 브랜드의 옷을 입는 디자이너가 많은데, 여성복을 만드는 그는 블랙 룩을 평소 좋아하고 즐겨 입는다고 했다. 농담조로 던진 질문이었지만 누구든 한 눈에 ‘디자이너와 같은 창의적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겠구나’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진 차림이긴 했다.  

 

최충훈 디자이너, 엄밀히 말해 그의 브랜드 ‘두칸’을 기자 나름의 관심 브랜드 목록에 올려두게 된 계기는 우연히 본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저 멀리 솟아 있는 북악산, 산의 능선과 이어지는 광화문의 처마, 그 앞 회색 아스팔트 광장에서 캣 워크를 하는 모델들. 그들이 입은 도회적이면서도 한복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패턴 프린트 원피스 자락이 팔랑인다. 한 장의 사진에 담긴 그 모든 이질적 조합이 묘하게 잘 어우러지고 있었다. 강렬한 인상을 준 사진 속 원피스가 바로 ‘두칸’ 컬렉션이다. 

 

234fd15710e6bca348d63b40422f2918_1572910291_9445.jpg <서울 365패션쇼 (2018년 광화문). photo 두칸>

 

- ‘두칸’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광화문 서울365패션쇼가 큰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귀국해 서울에서 내 브랜드 사업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동대문에서 속칭 쭉티라는 것을 만들어 돈을 벌기도 했다. 어렵사리 시작한 컬렉션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 준 것이 하이서울쇼룸과 하이서울패션쇼다."

 

"하이서울쇼룸을 통해 인큐베이팅, 성장해 이번에 서울컬렉션에 나섰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작년 여름 광화문 광장에서의 서울365패션쇼는 나에게도 진한 여운을 남겼다. ‘두칸’의 오리엔탈 무드와 화려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광화문이라는 우리의 문화, 역사적 배경에 잘 녹아들었다. 대중과 직접 호흡하는 그 느낌도 잊을 수 없다."  

  

최충훈 디자이너는 파리 스튜디오 베르소에서 패션을, 크리스챤 쇼보에서 메이크업을 전공하고 한동안 화장품 업계에서 일을 하다 30대 후반에야 ‘두칸’을 론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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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입을 수 있는 옷, 남성복 컬렉션을 만들고 싶은 욕심은 없나.


“여성복을 시작한 이유는 시장 사이즈를 고려했기 때문이지만 배우 장만옥을 너무 좋아한 이유도 크다(웃음). 장만옥을 뮤즈로 해서 그에게서 떠오르는 여성성, 우아함을 표현하고자 했고 그가 입었을 때 어울리는 색감, 패턴, 디자인을 드러내고 싶었다."

 

"당연히 여성 디자이너보다 여성의 체형, 핏 감을 잘 알 수가 없으니 처음에는 너무 어려운 작업이었다. 셀 수 없을 정도의 피팅, 시행착오를 거쳤다."

 

"남성컬렉션에 대한 관심도 물론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고 이번 서울패션위크 2020 S/S에서 남성복 5착장을 처음 선보였다. 다음시즌에는 8착장 정도 해 볼 생각이다. 원피스가 주력 품목인데 이제 아우터도 ‘두칸’만의 색을 보여주고 싶다."

 

"남, 여성패션 토털로 가려고 한다. 내가 작업한 아트워크는 의류만 아니라 다양한 카테고리에 적용이 가능하다. 향수, 아이웨어, 피혁과 섬유잡화 등 패션상품과 리빙, 테이블웨어, 스테이셔너리, 생활소품 등 거의 모든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만들 수 있고 실행해 보고 싶다.”

 

장만옥. 그의 취향에 사심 가득 동조하지 않을 수 없다. 장르물 전성기이던 90년대, 느와르부터 멜로까지 홍콩 영화 최고의 히로인을 뮤즈로 한 컬렉션이라니. 자연스럽게 ‘두칸’의 드레이프성 좋은 드레스를 입은 장만옥이 떠오른다. 문득 첨밀밀과 동사서독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두칸’의 상징, 화려한 아트워크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했다. 처음 작업을 했을 때는 너무 센 디자인이 아닌가, 주변의 우려도 있고 스스로도 내심 걱정했다."

 

"팔리지도 않는, 자기만족에 그치는 패션은 의미가 없는데, 어떻게 상업적으로 녹여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국내에서 5시즌의 컬렉션을 만들고 패션쇼를 하면서 처음과 비교해 보다 대중적으로 다가선 결과물이 현재의 모습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내 것’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다. 

 

‘두칸’의 아트워크는 아름다운 자연과 빛, 우리 주변의 사물 등이 모티브다. 그를 오리엔탈, 판타지 감성으로 재해석해 그래픽 패턴을 만들어낸다. 직접 그리기도 하지만 거의 모든 작업에 컴퓨터를 활용한다고 했다. 수월하게 변형하거나 콜라주하면서 다양하게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234fd15710e6bca348d63b40422f2918_1572910326_0047.jpg <서울 365패션쇼 (2019년 DDP). photo 두칸>


-최근 본인 SNS에도 공개한 3D 패션쇼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처음 접해본 작업이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패션은 새로운 것을 찾는 일인데 정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고마운 기회였다. 3D 패션쇼는 3D영상 제작사가 ‘두칸’의 인큐베이터라고 할 수 있는 하이서울쇼룸을 통해 의뢰해 이뤄졌다. 3D영상 제작사가 3D 패션쇼를 기획하던 중 ‘두칸’만의 DNA가 녹아있는 화려한 색감과 패턴을 보고 먼저 연락을 해왔다."

 

"3D 패션쇼에 등장하는 컬렉션은 지난 시즌 작업했던 아트워크를 제작사에 제공해 제작사에서 작업한 것이다. 자연을 모티브로 작업한 ‘두칸’의 아트워크를 3D로 구현한 모습은 미래지향적인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결과물을 보니 내가 직접 투자를 해서라도 새로운 아트워크로 새로운 컬렉션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씨 나우 바이 나우(see now, by now) 또는 쇼를 온라인으로 공개하면서 세계 4대 컬렉션에서 빠져나가는 브랜드가 생긴다. 6개월 앞서 선보이는 컬렉션이 소비자와 멀어지게 만든다는 이유다. 패션쇼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에 이제 5시즌 컬렉션을 만들어낸 디자이너의 생각은 어떨까.

 

“6개월 전 컬렉션을 미리 발표하는 것이 시장 변화의 속도감을 따라가기 어렵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와 간극이 생긴다는 점은 일정 부분 수긍한다. 하지만 패션쇼 무용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디자이너에게 패션쇼는 브랜딩을 위해 필요한 툴이다."

 

"패션산업, 그 중에서도 디자이너 컬렉션은 상업 예술이다. 팔아야하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의견을 포기하고 시장과 타협하는 일이 반드시 있다. 런웨이는 상업 예술을 순수 예술화해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장에서는 상업 예술 밖에 보여줄 수 없지 않나.”    

 

- 서울패션위크는 어떤가


“참가하거나 참가하지 않거나 디자이너마다 각자의 생각이 있겠지만 나의 경우 서울패션위크라는 플랫폼이 나에게 충분한 역할을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유럽, 미주 바이어의 수주 시즌과 맞지 않다는 점을 잘 안다. 서울패션위크는 홍보 기능에 맞춰 준비하면 된다. 현대의 패션쇼는 현장에 모인 관계자 몇 백 명이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벌써 포털, SNS에는 ‘두칸’의 이번 쇼 사진이 넘쳐난다. 전 세계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다.”

 

-이번엔 씨크릿 가든을 테마로 과감한 컬러매치의 컬렉션을 보여줬다. 만족하는지.


“무엇보다 패션쇼는 그 시즌 디자이너의 모든 것을 응축해 보여주는 자리이고, 런웨이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협업한 종합예술이다. 이번 서울패션위크를 통해서는 컬렉션 완성도가 지난 시즌 보다 높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쇼를 하면 발전, 퇴보가 한 눈에 보인다. 사업도, 컬렉션을 만드는 것에서도 복기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옷만이 아니라 음악과 무대장치, 조명, 퍼포먼스, 모델, 헤어, 메이크업, 현장 사진의 감도까지 처음의 의도대로 되었는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잘 되어서 다음 시즌에 응용할 부분은 무엇인지 모두 점검할 수 있고 해야 한다." 

 

"일례로 내 모델의 피부 톤, 두상까지 고려해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헤어 스타일리스트에게 설명하고 옷과 모델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이 나오도록 조도와 조명의 위치를 조정한다. 컬렉션은 물론이고 함께 작업한 이들의 만족도 중요하다. 나와의 작업이 만족스러우면 그들 스스로 홍보 대사가 되어주고 다음 작업을 위한 경험치도 쌓이는 것이다.”  

 

대화 중 잠시 그가 보여준 ‘두칸’의 쇼 사진과 다른 디자이너 컬렉션의 쇼 사진. 같은 장소, 비슷한 톤의 의상임에도 실제로 ‘두칸’ 쪽이 훨씬 밝고 깨끗한 사진이 나왔다. 리허설 과정에서 사전 점검을 통해 최적화한 결과다.              

 

-커리어에 비해서는 사업을 적지 않은 나이에 시작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중동과 싱가폴, 홍콩 등 동남아 지역 바이어가 메인이다. 앞으로 30개국 정도에 바이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크루즈나 리조트 여행 문화, 파티문화가 있는 지역 등 화려한 ‘두칸’의 패턴 수요가 있는 지역이 타깃이다.   

 

- 스스로 평가한다면 어떤 디자이너고, 어떤 경영자인가.


“디자이너가 존재하는 이유가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앞으로 나가는 것 아닌가. 그리고 팔리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 옷은 걸려 있기만 해서는 옷이 아니다. 팔려야 옷이다."

 

"사업을 위해 요즘은 디자이너도 셀럽 만큼의 외부활동이 필요한 것 같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스타성도 사업적으로 필요한데 내가 스타성이 없다(웃음). 그래서 지루하지 않은 옷을 만들어내야 한다."

 

"어떤 경영자인지는 음…. 지금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웃음). 막연하지만 직원들과 가족처럼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고 함께 브랜드를 일구면서 같이 늙고 싶다.” 

 

그는 “늘 새로움을 갈구하고, 추구하고, 만들어 낼 수 있어야 좋은 디자이너”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에게도 ‘이제 새롭지 않다’고 느껴지는 날이 올까." 

 

“그럼요, 언젠가는. 지금도 가끔 지루해진다고 느끼면 다양한 분야를 탐방하며 콜라보를 한다. 나는 지금 만족하고 있고, 내일 더 행복하고 재미있을 거다. 아무튼 나는 계속 재미있는 걸 할 것 같다.”     ​ 

[이 게시물은 임경량 기자님에 의해 2019-11-06 05:31:09 SPECIAL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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