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오 로씨 이상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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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패션산업의 힘, 레오나르도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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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재원 패션 저널리스트 (fpost@fost.co.kr) | 작성일 2019년 11월 21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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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로씨 이상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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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5년째 이탈리아에 거주하며 패션프로모션 회사를 운영하는 이상근 사장은, 필자에게 이탈리아 패션계 상황을 전해주는 좋은 소식통 중의 한명이다.  한국에는 일이 있을 때만 오기 때문에 그를 만나는 것은 날짜를 특정할 수 없다.  이번 인터뷰는 8월21일과 10월7일, 그가 귀국했을 때 서울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거의 일년 만의 만남이었다. 

  

 - 근황이 궁금하다.


“이탈리아 울공장을 인수하려고 했는데, 가격을 높이 부르는 바람에 포기하고 6개월 전부터 유기농 화장품에 주력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섬유패션분야 못지않게 화장품과 의약품 분야도 발달돼 있는데, 최근에는 유기농 화장품 분야가 부쩍 활기를 띄고 있다.”

 

 이상근 사장에 의하면 이탈리아는 화장품과 의약품 원자재 수출 세계 1위(2위는 독일)라고 한다. 또한 지난해 섬유패션분야의 연간 성장률이 3.5% 정도였던데 반해 유기농 화장품은 250%나 성장했다고 들려준다.  

 

 비즈니스 차원에서는 각광받는 분야로 눈을 돌리는 게 당연한 일인데, 그가 25년 동안 쌓아온 섬유패션분야의 노하우가 사장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자 “섬유패션분야에 대한 일을 하루아침에 그만둘 수야 있겠는가?”라면서, 하지만 이탈리아도 한국도 섬유패션 환경이 크게 달라지고 있어서 앞날에 대한 희망보다는 우려가 더 크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 이탈리아 패션산업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내가 이탈리아에서 사업하면서 가장 놀란 것은, 중앙정부가 섬유패션산업계의 큰 힘이 돼주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예산을 얼마를 지원하고, 제도를 어떻게 정비하고 하는 게 아니라 매년 국무총리를 비롯한 관련 부처 장관들과 패션관련 단체들, 여기에 패션과 무관한 단체들까지 모두 모여서 ‘이탈리아 패션산업 발전’을 위한 회의를 한다는 것이다. 레오나르도위원회라고 하는데, 거기서 매년 특정 의제를 설정하면 실무팀에서 그것을 구체화해서 산업에 직접 적용하고 있다.” 

 

 연간1회 또는 2회 열리는 레오나르도 위원회는 국무총리를 비롯해 산업부장관, 문화부장관 등 관련부처 장관들이 모두 참석하고 이탈리아 국립패션위원회, 섬유패션공업협동위원회, 문화계와 과학계, 기업가와 예술가 등 160명으로 구성된 회의체로서 이탈리아 패션산업 발전을 위한 격의없는 토론을 거쳐 연간 의제를 내놓는다. 올해는 ‘인재양성과 독창성 강화’가 중점 의제였는데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실무팀에서 마련하고, 마련된 실천방안은 정부와 업계가 다함께 수용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는 패션관련 회사가 8만 2천 개사에 종사자 50여만 명(안경, 구두 포함), 원단과 의류생산 관련회사가 4만7천개 사에 종사자가 40여만 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보면, 이탈리아가 섬유패션 수출 분야에서 양적으로는 중국과 터키에 이은 세계 3위지만 질적으로는 수 십 년 동안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상근 사장은 이탈리아 패션산업의 또다른 장점으로 꼬무네(공동체)가 잘 형성돼 있는 것을 들었다. 예컨대 ‘카프리 공동체(니트)’ ‘마르께 공동체(구두 가방)’ 식으로 묶여서 그 안에서 원부자재가 다 해결되는 시스템이라는 것. 그렇게 되니 정보도 응집되고 트렌드도 저절로 공유하게 되어 경쟁력이 배가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파리나 런던은 생산시스템이 거의 없어서 이런 인프라가 형성돼 있지 않은 반면, 일본은 지역별로 이탈리아 못지않게 잘 돼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탈리아의 꼬무네와 같은 구성이 잘 돼 있는 지역으로는 부산의 신발분야를 꼽았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 전지역의 지가가 낮고 안정돼 있고, 노는 땅도 많아서 개발가능성이 높은 것도 장점 중의 하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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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코트 및 정장류 전문 생산공장 사장(왼쪽),패턴사와함께>

 

소규모, 가족회사 중심의 이탈리아 패션회사들

 

 이상근사장이 이탈리아에서 주로 해온 일은 ‘소싱’ 즉, 제조공장 루트를 찾아 연결하는 일이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 제품을 생산하고자 하는 한국회사에게 가장 적합한 이탈리아 제조회사를 찾아주는 것인데, 백화점들이 자체 브랜드를 개발할 때 또는 아동복 분야 등에서 OEM 또는 ODM 생산을 원할 때 그가 나서는 것이다. 

 

이 부분부터는 이탈리아 섬유패션산업의 특징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려워서 간략하게 사전설명을 부탁했다.

 

 이탈리아 섬유패션 제조업체의 특징은 ▲ 대규모 시스템화 돼 있는 공장이 없다 ▲ 온라인 시스템화 돼 있는 공장이 없다 ▲ 전국에 흩어져 있다. 

 

종업원이 50명 이상 되는 공장이 드문 소규모 위주여서 가족경영 형태가 많다는 것. 노조와 세금이 세고, 특히 노조가 전문화돼 있어서 가족 중심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또 옷은 본사가 직접 관리하지만 스카프, 넥타이, 안경, 구두 등은 제조사가 관리하는 시스템이어서 베르사체 스카프나 안경을 제조하는 공장을 찾으면 좋은 품질의 스카프와 안경을 OEM 또는 ODM으로 주문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구조이다 보니 이탈리아에서 원단과 의류 제조공장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렵고, 그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것이 커다란 비즈니스 노하우로 작용하는 것이다.   

 

 회사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상장회사(SPA)와 합자회사(SRL)가 있는데, SPA는 세금도 낮고 규제도 별로 안 받는 편이나 부도가 나면 모든 재산이 압류되기 때문에 세금이 높더라도(53%) 부도나도 개인재산은 건드리지 않는 SRL 형태의 회사가 많다고 한다. 

 

 최근에 펜디, 보테가베레타, 발렌티노, 미스 식스티, 로로피아나, 베르사체 등 이탈리아의 유명 브랜드들이 외국업체에게 매각되는 경우가 많은데 적정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적자가 날 수밖에 없고, 적자가 나면 오래 버틸 수 없는 구조여서 회사를 매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탈리아 제품은 옷 뿐 아니라 구두와 가방, 안경 등 액세서리 전반에 걸쳐 꾸준히 인기가 높은 편인데 위와 같은 구조라면 제조업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많은 업체들이 어떻게 접촉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탈리아 섬유패션산업은 분야별, 지역별로 꼬무네(공동체)가 잘 발달된 것처럼 분업화도 잘 이루어져 있어서 연결고리만 잘 찾으면 얼마든지 접근이 가능하다고 한다. 

 

 “접근할 수 있는 회사로 크게 파종(Fasion)과 콘페치오네(Confezione)가 있다. 파종은 순수 하청(봉제) 공장으로, 미싱만 갖고 오로지 생산만 하는 곳이다. 이곳과 거래하면 값싸게 원하는 제품을 구할 수 있지만 ‘생산’ 이외의 모든 것을 다 컨트롤해야 하므로 이탈리아에 상주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비용부담이 훨씬 클 수 있다.     

   

 콘페치오네는 프로모션사로서 옷도 만들고 디자인도 한다. 그러나 제조공장은 없다. 한국업체들이 주로 상담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콘페치오네다. 모든 게 분업화돼 있어서 제조회사(파종)와 직접 거래하는 것보다는 콘페치오네와 하는 게 편하다. 그러나 콘페치오네도 분업화돼 있고 수준도 천차만별이므로 제대로 된 콘페치오네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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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 의류 전문 디자인 스튜디오 지안 카를로 로시 대표와 함께>

 

프라또에만 중국인 10만 명 이상 거주

동대문보다 몇 배 큰 도매시장 형성

 

이 사장은, 요즘 이탈리아 섬유패션업계에서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는 이슈 중의 하나로 중국인들의 대거 유입을 꼽는다.

 

 “피렌체 근처 의류생산 기지인 프라또엔 중국인들이 10만 명 이상 거주하며 동대문시장보다 몇 배 큰 도매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동구권에서 옷을 구입하러 많이 오는 편인데, 중국 원단을 들여와 중국인들이 생산하는 제품을 과연 메이드 인 이탈리아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FTA 협정에 의하면 중국 원단을 생지로 들여와 3단계 가공방식(염색, 후가공, 정련 등)을 거치면 메이드 인 이탈리아가 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중국 원단으로 중국 기술자가 만든 옷이라도 규정상 이탈리아 브랜드인 것이다. 

 

 요즘엔 중국인들 외에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노동자도 합류하고 있는 등 순수한 메이드 인 이탈리아 제품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특히 패딩 생산은 중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생산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작업지시를 이탈리아 사람들이 하고 있으나 이 또한 얼마나 오래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탈리아 남동쪽, 밀라노에서 비행기로 1시간 20분쯤 걸리는 곳에 있는 마르티나 프랑카는 이탈리아 명품을 비롯해 세계적인 명품 생산지로 유명하다. 여기서는 아직까지 이탈리아인들이 제조까지 담당하고 있어서, 이탈리아 패션산업 제조업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공업협동위원회(Confindu stria)에 의하면 2015년의 전 세계 의류시장 규모는 1조6850억달러(약 1천9백조원)였고 2025년에는 2조6천억 달러(약 3천조원)로 예상된다고 한다. 

 

 시장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이 섬유패션의 새로운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특히 중국은 대량생산을 지양하고 고품격 소량생산 체제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어서 이탈리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는 것.  

 

 중국은 이미 양적인 면에서는 물론 질적으로도 한국을 오래 전에 따돌렸다고 생각해, 경쟁상대로 보지 않는다면서 한국의 섬유패션산업이 과연 어떻게 미래를 대비할지 걱정스럽다고 소회를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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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와 이탈리아 옷의 차이

규격화 중시하는 ‘로봇 옷’과 

실루엣 중시하는 ‘사람 옷’  

 

 한국패션산업의 장래를 걱정하는 그에게 조언을 들어보았다. 

 

 “무엇보다 패션업체 경영자들의 마인드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이탈리아에 출장 오면 몇 군데 둘러보고 나서 여기서 하나 중국에서 하나 마찬가지네, 하면서 돌아간다. 전문가나 담당자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경청하는 경영자들이 드문 것 같다. 지금은 연간 매출액이 1조원이 넘는 한국 패션기업들이 여럿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오래갈지 걱정스럽다.” 

 

 이사장은, 아직도 한국 옷은 오래전에 일본에서 쓰던 방법을 들여와 사이즈가 정확해야 하는 규격화를 앞세우고 있다 보니 ‘로봇 옷’같다고 한다. 외국에서 OEM으로 한국에 주문할 때 한국식 사이즈에 맞추려다 보니 옷이 틀어져 나오기도 하는데 규격화를 중시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탈리아 옷은 규격화보다 실루엣을 중시하는데, 그만큼 사람 중심의 옷이 나오는 이유라고 한다.     

 

 국가의 정책도 보다 적극적으로 섬유패션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한다. 2015년에 1천9백조원 규모이던 의류시장이 2015년에 3천 조 시장으로 확대되는데, 섬유와 의류수출 규모가 과거보다 줄어들었다고 정부 정책에서도 소홀히 취급한다면 무슨 미래가 있겠냐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위원회처럼 정부부처와 패션분야, 여기에 패션 이외 분야의 전문가들까지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거시적인 안목과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상근 사장을 알게 된지는 꽤 오래됐지만 가끔씩 예고 없이 만나다보니 그가 어떻게 해서 패션분야 일을 하게 됐고, 이탈리아에서 25년 동안이나 상주하며 패션일을 하는지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의 첫 직업은, 패션과는 무관한 연극배우였다고 한다. 1974년 극단 현대극장에 들어가 6년여동안 배우로 활동했는데 김갑수 추송웅 여운계 이순재 정동환 등이 함께 활동했던 멤버였다. 1976년엔 정동환과 함께 ‘햄릿’에 출연했고 세종문화회관 개관기념 작품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도 백일섭 유지인 등과 함께 출연했었다고 한다.

 

 생계유지가 어려운 연극배우를 청산하고 처음 들어간 직장이 1979년 롯데호텔이었다. 당시엔 롯데백화점이 허가받기 전이어서 공채 1기로 롯데호텔에 입사해 구매과에서 원단구매를 담당한 것이 그가 오늘날까지 섬유패션분야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된 셈이다. 

 

 롯데(3년)와 뉴코아(12년)에서 회사를 그만둘 때마다 파리에서 1년 또는 3년동안 지내면서 시장조사와 브랜드조사, 패션 공부 등을 틈틈이 했다고 한다. 청구 블루힐백화점의 아키야마 고문이 이탈리아 출장 때 안내를 맡은 일을 계기로 블루힐백화점 유럽 업무를 전담했고, 1995년부터는 이탈리아로 거점을 옮겨 지금까지 25년째 지내고 있다.  

     

- 25년간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면서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운 일은 무엇인가?


“한국 업체들에게 그들에게 꼭 맞는 업체를 찾아줬을 때 보람을 느낀다. 이탈리아 섬유패션업계는 지금도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가 보편화돼 있어서 가격과 품질을 담보하는 거래처를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열 몇 군데 가서 1군데 겨우 찾을 정도. 그래서 제대로 된 곳과 연결시켜주면 보람이 남다르다. 

 

 아쉬운 점이라면 나를 통해 알게 된 업체들과 그 다음부터는 직거래를 하는 곳이 많다는 것이고, 담당자가 바뀌면 기존사업의 방향이 바뀌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둘다 지속적인 관계를 스스로 걷어차는 것인데, 아직도 그런 한국 업체들이 많다.” 

 

그런 실망감 때문에 섬유패션에서 유기농 화장품으로 주력분야를 바꾼 것일까?

그 질문엔 대답대신 하회탈같이 얼굴에 주름 깊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이 게시물은 채수한 기자님에 의해 2019-11-24 19:17:11 SPECIAL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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