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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로 부자 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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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수한 기자 (saeva@fpost.co.kr) | 작성일 2021년 05월 03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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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대기업 CD(Creative Director)로 오랫동안 근무했던 임원이 회사를 그만두었다.

 

몸도 안 좋았고, 디자이너로 디렉터로 여러 브랜드를 돌아가며 맡다 보니 지치기도 많이 지쳤다. 재미는 고사하고, 더 다닐 이유도 목적도 더는 없었고, 하고 싶다는 의욕도 없어진 지 오래다.

 

아직도 매출이 떨어진 탓을 디자이너에게 돌리고, 코로나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이유가 되지 않는, 책임질 사람이 필요했다. CD는 급하게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나왔다.

 

가만히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니 평생 브랜드에서 디자인을 해 왔지만 그만두고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먹던 것이 솔잎이라,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바로 디자인하우스다. 브랜드에 디자인실이 없을 경우 디자인을 외주로 도맡아 해주는 디자인 전문 기업을 일컫는다. 

 

대부분 디자인 경력이 적지 않은 베테랑들이 삼삼오오 모여 그룹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기도 하고, 디자인을 외주 줄 만큼 믿고 맡겨주는 문화가 확산되지 못한 상황이라 그리 활성화되지는 못했지만 요즘 들어 디자인하우스를 만든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온다.

 

한 디자인하우스 대표는 “재미있게 일할 수는 있는데, 돈을 벌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하하”라고 말했다. 과연 디자인하우스로 패션계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일까.

 

디자인하우스가 생길만한 환경

디자인하우스라는 말이 생긴 것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프로모션 회사들이 디자이너를 고용해 일부 디자인을 하는 정도였다. 그런 기업들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디자인실에서 시즌당 300개가 넘는 스타일을 쳐내기가 버거우니, 일부 프로모션에 갖고 있는 디자인 몇 개를 요청하면 그제야 대응하는 정도였다.

 

또 일시적인 프로모션 라인이나 캡슐 상품 등 자신들의 디자인 스타일과는 조금 결이 다른 상품들의 경우, 더 잘 할 수 있는 디자인 업체들에 외주를 주고 진행하는 경우는 있었다.

 

그러나 모든 디자인을 외부 업체에 맡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요즘이나 되니 디자인실 운영비용보다 외주를 주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한 오너들이 있는 것이지, 5년 전만 해도 디자인을 외주 준다는 것은 브랜드이기를 포기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디자이너들에게 자신감은 기본적인 소양이다. 남에게 디자인을 받아 을 만든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기에 디자이너가 존재하는 이상 외부에 디자인을 맡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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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pixabay>

 

디자이너가 사라지는 일

이제는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일어나 디자인실이 사라지고, 디자이너를 더 이상 인하우스에 두지 않겠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요즘에는 가능한 일이 되고 있다.

 

이미 브랜드가 오랜 시간 영업을 해 온 상황에서는 디자인을 외주 주어도, 그리 이상할 것도 문제될 일도 없는 때가 왔다. 신규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 골프 신규 브랜드는 론칭부터 디자인을 통째로 외주를 주어 진행했고,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를 보다 보면 기업 입장에서는 디자인을 외주 주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만약 한 기업의 디자인실 인력이 10명이라고 치자. 이들의 연봉과 운영을 위한 제반 비용이 연간 5억 원일 경우, 이를 외주 업체에 맡기면 4억 원에 가능한 것이다. 약 20~30%, 상황에 따라서는 더 절감할 수도 있다.

 

디자인실과 손발을 맞추고 균형을 잡아가며 운영을 해야 하는 대표나 경영진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도 좋은 디자인을 뽑아낼 수만 있다면, 비용도 절감하고 원활한 브랜드 운영도 가능해 좋은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현 패션 유통 환경에서는 더더욱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

 

기업은 좋지만, 디자인하우스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딱히 나쁠 것은 없다. 앞서 말했듯이 디자인만 좋다면 아무 문제 없다. 그렇다면 디자인하우스는 어떨까? 만약 연간 외형 1~2천억 원 사이 규모가 되는 브랜드의 디자인하우스를 맡고 있다고 하면, 아무리 최소 인력으로 디자이너를 고용한다고 해도 5명은 필요하다.

 

이들 급여와 운영비용, 법인 회사를 운영하면서 들어가는 여러 가지 세금이나 복지비용 등을 고려할 때 대충 1~2억 원 받아서는 운영이 빠듯하다.

 

기업이 운영하던 디자인실을 그대로 외부에서 운영해야하니 아무렇게나 뚝딱뚝딱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단순히 아침부터 저녁까지 디자인만 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본사 대표가 실사를 나오기도 하니 사무실 인테리어나 위치 등 근무 환경도 좋아야 하고 감성이 풍부한 디자이너들이다 보니 심경 관리부터 여러 가지 신경 쓰일 일이 더 많을 수 있다.

 

그러니 한두 업체의 디자인을 맡아서는 답이 안 나온다. 가능한 많은 브랜드의 디자인을 맡아야 하는데, 수요는 있지만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잘 있는 디자인실을 없애라고 할 수도 없고 적극적으로 영업을 할 수도 없는 일이기도 하다.

 

외주 비용의 상한 리미티드

디자인 외주 비용의 상한 리미티드가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 더 좋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투자 차원에서 외주를 주는 것이 아닌, 본사의 디자인실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함이니, 디자인실 운영비용이라는 상한 리미티드가 생겨난 것이다.

 

그 이상은 당연히 줄 수 없다. 연간 5억 원으로 디자인실을 운영했는데 디자인실을 없애고 외주를 주면서 6억 원으로 계약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디자인하우스의 실력이 아무리 남다르고 유명한 이름을 갖고 있다 해도 정해져 있는 비용이 있고, 그 이상은 해서도 안 되고, 한다 해도 돈을 더 줄 수 없는 구조가 이미 정해져 있다.

 

결국 디자인하우스는 리미티드가 있는 비용을 그대로 받아 외주를 진행해야 하므로 더 큰 역량을 발휘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가져가기란 어렵다.

디자이너는 저마다 전공이 각각 있다.

 

남성, 여성, 스포츠, 골프, 캐주얼, 신발, 가방, 액세서리 등 다양하고 그중에서도 여성은 캐주얼인지 정장인지 다르고, 아이템별로 또 세분화해서 들어가면 다루는 원단에 따라, 또 아우터가 강한지 이너가 강한지 각양각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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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pixabay> 

 

외주의 외주, 그리고 또 외주의 외주

여성복 디자이너가 남성복을 할 수 없고 스포츠 디자이너가 여성복을 할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디자이너라고 해도 모든 분야를 섭렵할 수 없다. 디자인 주문이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만 들어오리란 보장도 없다.

 

한 디자인하우스 대표는 최근 신발 디자인을 의뢰받았다고 한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받았지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신발은 의류와 전혀 다르고, 안전이나 외형이나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신발 잘하는 업체에게 외주를 주었다. 굳이 신발이 아니더라도 전공이 아닌 분야의 제안이 들어온다면 외주를 줄 수밖에 없다.

 

외주를 준다는 것은, 프리랜서 디자이너에게 의뢰하거나 전문 디자인 업체에 또 넘기는 것이다. 영업력이나 네트워크가 없는 디자인 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오더만 연결된다면 일할 사람은 많다는 것이다.

 

“디자인 실장까지 했지만 나이가 들고 경력이 단절돼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실력 있는 전문 인력들이 너무나 많다. 주문만 연결된다면 본인들이 자율적으로 팀을 꾸려 디자인을 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름 있는 디자인하우스들은 여러 프리랜서들에게 오더를 나눠주고, 또 그들은 세세한 전문 디자이너들에게 오더를 또 주는 형태로 외주가 이뤄지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한 캐주얼 중견기업 임원도 회사를 나와 독립해 디자인하우스를 열었다. 본사 디자인실 인력도 일부 흡수하고, 새로운 인력도 충원해 10명 남짓한 조직으로 디자인 전문 기업을 세웠다.

 

지금이야 모기업의 오더를 받아 기본적인 살림을 꾸려가겠지만 앞으로는 영역을 당연히 넓혀야 한다. 자급자족의 구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쉽지만은 않다.

 

디자인하우스의 만족도 ‘높은 편’

캐주얼의 경우 디자인 외주가 다소 보편화되어 있는 편이다. 디자인이 단조롭고 아이템도 그리 복잡하지 않아 기본적인 패턴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그래픽 같은 약간의 변화로 가능하다. 심플한 기본아이템 위주의 브랜드라면 더더욱 디자인 외주의 효율이 높다.

 

중가 여성복의 경우에도 디자인 외주를 주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한 여성복 기업은 그동안 절반 이상 디자인 외주를 주다가 올해부터는 아예 디자인실을 없애고, 모두 외주를 주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외부에서 받는 디자인이 나름 괜찮고 외주를 주어도 브랜드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러 브랜드를 운영하는 여성복 중견 기업도 한 브랜드의 디자인실을 없애고 디자인하우스에 외주를 주었다. 심지어 기획부서까지 없애고 디자인하우스에 MD 기능까지 맡겨버렸다. 디자인 외주에 이어 기획 외주까지 진행한 것이다.

 

물론 해당 디자인하우스에 기획 출신 임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획까지 외주가 가능하다면 패션 기업의 혁신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미 디자인하우스에 외주를 맡기고 있는 기업들의 만족도는 대부분 높은 편이다.

 

인하우스 디자이너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디자인하우스에 외주를 주고 있는 한 여성복 업체 대표는 “디자인실을 직접 운영할 때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비용도 줄이고 조직도 슬림하니 더 효율적인 듯하다”고 말했다.

 

디자인하우스의 장단점

디자인하우스의 장점은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비용 절감이다. 또 하나는 매출을 올리기 위한 디자인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내 디자인은 나만의 색이 있다’며 고집을 피울 일도 없다. 고집을 꺾으려는 사람들과 싸울 일도 없고, 의견을 한 방향으로 결정해야 할 수고도 덜 수 있다. 이번 시즌 뭔가 뒤집어 보겠다며 파격적인 디자인이나 새로운 시도를 할 일도 없다.

 

“브랜드의 디자인실장이 바뀌면서 겪어야 할 진통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매번 내부 트러블로 디자인실장이 바뀌면 브랜드 디자인도 갈팡질팡한다. 디자인실장의 성향에 따라 브랜드 색이 달라지는 것에 대한 리스크보다 디자인 외주를 주는 것이 더 안정적일 수 있다.”

 

디자인하우스는 브랜드에 가장 도움이 되는 잘 팔릴 만한 디자인 위주로 제안하고 본사 경영진이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여 줄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은 동시에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브랜드 색을 유지하면서 매 시즌 신선한 분위기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인하우스 디자인실의 역할이라면, 디자인하우스의 역할 역시 매출을 올리기 위한 디자인을 하면서 브랜드 정체성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정체성과 매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줄 디자인하우스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인하우스 디자인실에도 동일한 조건이며, 그들 역시 이 딜레마가 가장 큰 숙제로 작용한다.

 

뒤집어 보면 인하우스나 외주 디자인하우스나 장단점을 논하기에는 기준 자체가 다를 바가 없다. 단지 본사가 편해졌느냐, 매출이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에 대한 문제일 뿐, 디자인실이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수익을 위한 향후 방안은?

본질로 돌아와 여러 디자인하우스 대표들과 대화를 나눠 본 결과, 디자인하우스 운영만으로는 현재 상황에서 떼돈을 벌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구성원들의 급여를 주고 운영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사업성만으로 봤을 때 외주 업체가 늘어나면 늘어나는 만큼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한정적인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고로 규모는 커질 수 있어도 수익이 규모와 비례해 성장할 수 없는 비즈니스이기도 하다. 물론 디자인하우스를 운영하는 경영자들의 마인드는 큰 수익을 기대하기 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이고, 보람도 있고 그동안 해 왔던 방식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기에 메리트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디자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디자인하우스가 프로모션과 다른 점은 생산을 직접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자인하우스가 생산을 함께 진행한다면 수익이 훨씬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디자이너들에게 프로모션의 영역이란 또 다른 신세계이기도 하다.

 

해외 생산 공장을 컨트롤하며 가격을 흥정하고 납기를 맞추는 일은 패션 기업의 다양한 과정 중 가장 힘든 일에 속한다. 둘 다 잘 할 수 있는 역량이 된다면, 디자인도 탁월하게 뽑아내면서 생산까지 깔끔하게 진행할 수 있다면, 본사는 프로모션 업체에 주는 마진을 당연히 디자인하우스에 줄 요량도 있다.

 

또 하나의 선택지는 온라인 브랜드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다. 요즘 온라인 브랜드는 디자이너 한 명, 마케터 한 명만 있으면 만들고 팔 수 있다고 한다.

 

디자인하우스는 이미 디자인 역량은 충분하니 온라인 MD와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고 알릴 실력자만 있으면 브랜드를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다. 말하기는 너무도 쉽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물론 온라인에서 성공했다는 브랜드가 걸었던 길과 과정을 같이 따라갈 수만 있다면 더욱 쉽게 성공가도에 들어설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디자인하우스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디자인하우스는 이대로 운영하면서 확장하고,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 중이다. 프로모션이 될 수도 있고 온라인 브랜드 론칭이 될 수도 있다. 디자인 역량을 살려 뭔가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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