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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 배불리기의 희생양이 된 ‘캐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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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수한 기자 (saeva@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6월 23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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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 듣는 효자에서 못난 자식으로 전락

닷컴 매출 올려도 남는 것 없어

오픈마켓도 백화점과 손잡고 폭탄 수수료​ 

오는 11월 오픈하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남양주점에 입점하는 캐주얼 브랜드는 단 두개, 지오다노와 마인드브릿지 뿐이다.

 

백화점이든 백화점이 운영하는 아웃렛이든 새로운 MD에 캐주얼이 설자리는 없다. 면적이 아무리 넓어도 새로 오픈하는 점포에 캐주얼을 넣을 이유가 사라진 것일까.

 

기존 점포에서 역시 캐주얼 브랜드들은 자리만 채우고 있다. 수익 나는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백화점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에서 열심히 팔아보지만 오프라인 매출로 인정해버리기 때문에 극악한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그렇다고 자사몰이 대박일리도 없다. 잘 팔리지도 않고 좀 잘 된다 싶으면 팔지도 못하게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코로나 시대에 캐주얼 브랜드들이 온라인 여기저기서 기본물을 팔며, 조금이라도 돈을 벌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이지캐주얼 들은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대형마트로 떠난 1세대 캐주얼

현재 남아있는 1세대 캐주얼은 모두 대형마트로 이동한지 오래다. 뱅뱅, 체이스컬트, 리트머스 등 1세대 브랜드들은 백화점이 아닌 가두점 중심이었다. 이들은 백화점이 활성화되기 전 가두점을 크게 벌리며 사세를 확장했고, 캐주얼 시대를 열었다.

 

대형사들도 너도나도 합류했다. 티피코시, 카운트다운, 카스피, 옴파로스 등 지금도 이름이 생각나는 브랜드들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당시 대부분의 기업들이 캐주얼 브랜드 한 개는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내놓기만 해도 잘 되는 시절이 있었다.  

 

백화점 캐주얼 시대는 IMF를 기점으로 시작됐다. 2세대 캐주얼 브랜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싸고, 입기 편한 옷이 인기를 끌었다. 

 

IMF 이후 가장 크게 떠오른 브랜드는 지오다노였다. 

 

지오다노는 대규모의 마케팅과 강남권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면서 주목받았다. 고소영, 정우성이 나온 심플리진 CF는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지금도 멜로디가 기억날 정도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지오다노는 ‘좋은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각인되었다. 강남역 상권의 지오다노 대형 매장은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싸고 편하고 좋은 옷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백화점은 지오다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지오다노를 필두로 백화점에는 캐주얼 브랜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5562a212568c4a300819c240a19147e0_1592703843_0399.jpg<1세대 캐주얼 브랜드들은 모두 대형마트로 떠났다.>

 

길지 못했던 전성기

이후 캐주얼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연 매출 2천억 원대 브랜드가 수두룩했다. 백화점은 물론, 가두점 등 다양한 오프라인 유통에서 전방위적인 확장에 나섰다. 마루, 클라이드 등 캐주얼 업계의 획을 그은 브랜드들이 등장했다.

 

이지캐주얼, 볼륨캐주얼, 감성캐주얼, 스포츠캐주얼, 진캐주얼 등 브랜드가 많다보니 백화점 마다 분류와 명칭도 다양해졌다. 브랜드 수만 해도 30개에 달했다. 백화점 한층 전체가 캐주얼로 차고 넘쳤다. 그러나 캐주얼의 전성기는 영원할 것만 같았다. 

 

2005년 유니클로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롯데는 자사 유통에 300평 규모의 유니클로 매장을 넣기 위해 많게는 15평 규모의 캐주얼 브랜드 20개를 내보내야 했다. 브랜드들은 크게 반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유니클로에 자리를 주기 위해 쫓겨난 브랜드는 중단하거나, 단일 기업일 경우에는 문을 닫기도 했다. 롯데는 기존 캐주얼 브랜드들의 수수료는 25~30%를 받았지만 유니클로에는 15%를 받았다.

 

롯데는 이후 2008년 자라 까지 합작법인으로 들여와 국내 캐주얼 브랜드들을 또 한 번 긴장시켰다. 그러나 인디텍스 본사의 방침에 따라 점포 확장은 하지 못했다. 자라는 자신들이 원하는 유통에만 입점하겠다고 했다. 자라보다는 유니클로가 더 큰 폭탄이었다.

 

한 캐주얼 업계 관계자는 “사실 유니클로 사태는 엄연한 갑질이었다. 일방적인 퇴점, 수수료 차등 적용 등은 캐주얼 업계를 의도적으로 몰락시킨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남아있던 브랜드들도 버틸 수 없었고, 대부분 나가떨어졌다.

 

유니클로 폭풍 속에서 살아남다

그렇게 15년이 흘렀다. 유니클로 라는 강적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브랜드는 손에 꼽힐 정도다.

 

지오다노, 폴햄, 티비제이, 클라이드, 마인드브릿지, 테이트, 흄, 앤듀 등이 전부다. 그 많던 진캐주얼도 다 사라졌다. 리바이스, 캘빈클라인진, 게스, 버커루 4개 정도만이 명맥을 잇고 있지만 살림살이는 많이 작아졌다.

 

1천억 원대 브랜드는 지오다노, 폴햄, 마인드브릿지 3개 뿐이다. 1천억 원대를 턱걸이 하던 브랜드들도 3~4년 사이 거의 무너졌다. 

 

자타공인 캐주얼 1등 브랜드 지오다노는 매출이 지난 해 기준 200개 점포에서 2천억 원, 상설과 온라인까지 포함하면 3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폴햄이 키즈를 합쳐 1700억 원, 마인드브릿지가 1200억 원 수준이다. 나머지 브랜드들은 작년 기준 모두 1천억 원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규모는 그렇다 치고 수익률은 어떨까. 단순 백화점 점포 기준으로만 보면 수익을 내는 브랜드가 거의 없다고 한다.

 

백화점은 오프라인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하자 온라인을 한다며 닷컴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닷컴 비즈니스의 메인 손님은 바로 캐주얼이었다.

 

캐주얼 죽이는 닷컴 

수량도 많고, 대물량에 가격도 저렴하니 닷컴에서 매출을 올리기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브랜드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팔아도, 지정된 오프라인 매장에 매출을 찍기 때문에 수수료가 오프라인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 백화점 닷컴에서 쿠폰과 적립금 등 할인까지 들어가니 남는 것이 없다. 요즘 잘 된다는 오픈마켓, 종합몰, 소셜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마켓, 11번가, 옥션 등의 쇼핑몰들은 백화점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입점 브랜드들의 제품을 제공한다. 캐주얼 브랜드들은 백화점을 통해 닷컴에서 팔던 대형 쇼핑몰에서 팔던, 오프라인에서 팔던, 똑같은 수수료를 낸다.

 

백화점을 거치지 않고 빅딜, 슈퍼딜을 진행하는 벤더를 통해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높은 순위에 올라가 노출되기 위해서는 최저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가격이 조금이라도 비싸다면 20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싸지 않으면 팔 수도 없다. 새로 생겨나는 소셜 마켓 역시 시작부터 갑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가격은 가장 저렴하게 넣으라고 강요한다.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다.

 

끝없는 치킨게임

백화점의 온라인 판매 강요는 갈수록 심해지지만 이제는 그나마 물량이 충분한 브랜드도 거의 없다. 

 

백화점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며 캐주얼을 내쫓았고, 가장 말 잘 듣는 캐주얼 브랜드군은 이제 있으나마나 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앞으로 어떤 브랜드에게 자신들의 요구와 의견을 말하려는지 모르겠다. 슈퍼 을 입장인 캐주얼이라도 있어야 닷컴도 팔고, 행사도  할 것 아닌가. 유니클로에 가서 갑질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캐주얼 브랜드들에게 백화점 온라인 몰은 독이다. 앞으로 벌고 뒤로는 다 까먹는다. 그렇다고 지옥같은 닷컴을 나올 수도 없다. 그 매출이 바로 오프라인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절대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자사몰 비중을 늘리기도 어렵다. 닷컴보다 조금이라도 싸게 자사몰에 내놓으면 바로 백화점에서 제재가 들어온다고 한다. 

 

“백화점몰보다 자사몰에서 싸게 파시면 어떻게 합니까, 가격 원래대로 돌려 놓으시죠.”

 

유니클로가 등장했을 때 캐주얼의 몰락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지오다노’라고 비껴갈 것이라 생각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오다노는 달랐다. 캐주얼 중 유일하게 갑 영업을 했다. 닷컴의 무리한 요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백화점 매출 중 닷컴 비중이 10%를 넘지 않는다. 신상품은 닷컴에 주지 않는다. 재고만 조금씩 판다. 온라인에서 가격을 무너뜨리면 브랜드 망가지는 것은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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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했던 지오다노의 2000년 대 광고는 아직도 소비자의 기억속에 남아있다.>​ 

 

베일에 싸인 지오다노의 전략

브랜드 충성고객들도 탄탄했다. 고객 관리도 철저히 했다. 

지오다노의 강점은 ‘가성비 갑’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 지오다노가 어떻게 저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가에 대해 궁금해 한다. 보여지는 것만으로 비결을 알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오다노의 전략은 베일에 싸여 있다. 내부적으로 30명 남짓한 직원들이 항상 유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움직이고 있으며 한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고 한다. 

지오다노는 30여 명의 직원으로 3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오다노가 절대 효율, 절대 강자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저 가격에 그 품질에, 한 스타일로 이렇게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색을 뽑아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아마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 놓은 이미지로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만들고, 수익을 크게 내지 못하더라도 소재와 기획에 초점을 맞춰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갈 길 잃은 캐주얼

‘넘사벽’ 지오다노와 폴햄, 마인드브릿지, 한세엠케이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는 사실 갈 길이 막막하다. 온라인 비중이 점점 늘어갈수록 수익률은 악화된다. 브랜드들은 온라인 비중을 늘리고 싶지 않지만 오프라인 매출이 없으니 당장 숫자를 맞추기 위해 온라인이라도 팔아야한다. 닷컴과 오픈몰, 소셜에서 요구하는 단가를 맞추다 보면 마이너스를 피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어떤 매장은 매출이 없으니 해당 온라인 몰에 5천만 원어치 물량을 밀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해요. 사실 온라인에서 5천만 원 매출을 올리려면 본사는 더 큰 손실을 보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라면 해당 매장을 철수하는 것이 나아요. 담당직원이 짤릴 수도 있어요.”

닷컴 매출이 늘어나면 매니저 마진도 자동으로 줄어든다. 먹고 살 길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한세엠케이는 닷컴 매출이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것을 전략적으로 조절한다. 백화점몰 대신 전문몰, 소셜 등과 직접 협의해 최대한 수수료를 절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올해 이랜드 출신의 소새봄 팀장을 영입하고 온라인팀을 활성화하고 있다.

 

진정한 상생이란

백화점 바이어는 거의 2년 주기로 바뀐다. 잠깐 동안이라도 자신이 맡은 층의 매출이 높아야한다. 바이어들은 온라인 물량 확대를 원한다. 더 싼 가격에 내놓기를 원한다. 이는 비단 캐주얼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캐주얼은 남들보다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물량이 많다’ ‘원래 가격이 저렴하다’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더 싸게 더 많이 팔아야하는   복종으로 인식되어졌다. 

 

온라인 판매가 늘어날수록 오프라인 매장의 정상 판매는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단순히 절대 매출을 올리는데만 급급하다 보니 온라인에서 부족한 숫자를 메우는 방식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은 오프라인 활성화에 대한 고민보다 손쉽게 온라인 매출을 올리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 속에서 캐주얼은 죽어가고 있다. 

 

백화점 정책을 따른 캐주얼 브랜드들의 잘못도 있다. 위험 요소를 감수하더라도 자신들의 의견을 고수하며, 브랜드 가치를 지켰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이런 저런 이유로 다 내쫓고 못살게 만들어 사라지게 하고, 나가고, 앞으로 백화점은 어떤 브랜드로 매장을 채울 것인가. 

 

백화점 성장에 효자 역할을 했던 캐주얼은 이제 말을 잘 듣고도 못난 아들이 되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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