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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브랜드든 패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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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수한 기자 (saeva@fpost.co.kr) | 작성일 2021년 02월 08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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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가르뎅, 파코라반, 레노마, 엘르, 엘레강스.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법한 해외 브랜드들의 이름이다. 한 때는 한 브랜드 당 20여 개가 넘는 품목까지 확장했을 정도로 그야말로 라이선스 전성시대가 있었다. 

 

그동안 우리가 경험해 왔던 라이선스는 해외 유명 브랜드에서 이름 빌려와 그 가치를 통해  국내 사정에 맞는 옷과 액세서리들을 만들어 왔던 방식이 전부였다. 근 20~30년간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열심히 사용했던 라이선스 브랜드들은 대부분 패션에 국한돼 있었다. 

 

이미 해외에서 유명해진 패션 브랜드이거나 관련 브랜드이거나,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한국 시장에서 먹힐 만한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를 발굴해 소개해 왔다. 

 

본사의 컬렉션을 수입하기도 하고, 내수 시장에 맞춰 만들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미 알려진 브랜드의 인지도를 차용해 왔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신규 브랜드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는 필요 이상의 마케팅 비용이 기본적으로 수반되기 때문이다.

 

변할 이유도, 변할 필요도 없던 라이선스 트렌드는 어느 순간부터 급변하기 시작했다. TV 채널, 먹거리, 유명 잡지, 카메라, 필름 등 무엇이든 옷으로 만들어져있다. 

 

사람들이 알아볼 만한 브랜드라면 후드티에 심볼을 그려 넣어 가치를 만들고 판매했다. 옛날에 알았던 추억의 브랜드이든 지금 우리가 즐기는 라이프 관련 브랜드이든 상관이 없다. 예쁘고 알려진 네이밍만 가졌다면 패션이 되고, 재미가 된다.

 

非 패션 브랜드들의 패션화 실패

사실 비 패션 브랜드들의 패션 도전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2000년대 라이터 지포, 인형 바비, 자동차 아우디, 람보르기니, 만능 칼 빅토리녹스, 스위스밀리터리 등 수도 없이 많은 브랜드가 패션화를 시도했지만 하나 같이 모두 실패했고, 지금까지 남아 소비자들에게 팔리고 있는 브랜드는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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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지오그래픽>

 

왜였을까?


이유를 한 가지로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유통 구조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온라인 쇼핑이 크게 활성화되기 시작한 지 불과 5~6년도 채 안 된 상황에서 그 이전 유통은 모두 오프라인 중심이었다. 물론 지금도 패션계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온라인 시장의 규모는 사실상 그리 크지 않다. 

 

우리가 커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패션 기업들 입장에서는 아직도 돈 되는 유통은 백화점이고, 가두점이고, 아웃렛이다. 온라인은 왠지 안 하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에, 하는 시늉만 하고 있을 뿐 제대로 하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오프라인이 중심이었던 유통 상황에서, 비 패션 브랜드들의 패션화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했다. 자동차 브랜드 옷을 입으면 왠지 정비공같이 보일 것 같았고, 라이터 브랜드를 입는다면 헤비 스모커 같은 이미지일 수 있고, TV채널 옷을 입는다면 유니폼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랄까. 지금의 말을 빌리자면 ‘힙’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당시만 해도 패션은 패션이고, 정통성과 오리지널이 중시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좋은 패션 전문 브랜드를 뒤로하고 비 패션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었다.

 

아무리 브랜드가 좋아도 옷으로는 입고 싶지 않았던 세대, 바로 지금의 40~50대들. 라이선스 브랜드의 장점은 이미 알려진 인지도를 활용해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영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마케팅 없이 할 수 있다니 이보다 좋은 비즈니스가 또 있을까. 그러나 라이선스 브랜드라도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매력 어필을 할 수 없다면 이 또한 쓸데가 없다. 브랜드를 선호하는 트렌드의 변화는 세대의 변화와 함께 흐른다. 

 

소비 시장을 선도하는 MZ세대들은 누가 나를 어떻게 보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내가 좋으면 좋은 것이고, 내가 멋지다면 멋진 것. 어떤 브랜드든지 예쁘고 힙하면 그만이다. 이 같은 트렌드는 브랜드 라이선스의 프레임까지도 바꿔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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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

   

무엇이든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시작점은 바로 ‘디스커버리’라고 할 수 있다. 에프앤에프가 미국 TV 탐사 채널 ‘디스커버리’를 라이선스로 가져와 패션 브랜드로 론칭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 쯤은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디스커버리가 패션 브랜드로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디스커버리는 지난 2008년 인피니스가 들여와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아웃도어로 전개하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이후 에프앤에프가 고심 끝에 2012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더도어에서 숍인숍으로 구성해 전개했다. 에프앤에프는 처음부터 디스커버리의 마케팅에 강수를 뒀다. 

 

공유를 메인 모델로 박하선, 신수지, 이재윤, 최필립, 최성조 등 젊은이들을 대거 기용해 CF를 찍고 TV 광고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산을 힘들게 오르는 광고만 보아왔던 소비자들은 공유가 스노우모빌을 타고 설원을 가르는 디스커버리의 광고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에프앤에프는 과감한 마케팅 투자로 TV 채널을 브랜드로 만들었다. 2016년 시작한 내셔널지오그래픽 역시 비 패션 브랜드의 패션화에 불을 지폈다. 과감한 마케팅과 브랜드 이미지는 단숨에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붐을 일으켰다. 디스커버리와 내셔널지오그래픽 쌍두마차가 성공 사례를 만들면서, 패션계는 다시금 비 패션 브랜드의 패션화에 도전하고 있다. 

 

비 패션 바이러스

지난해 코로나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가장 핫했던 브랜드 중 하나는 코닥이다. 코닥은 추억의 필름 브랜드였지만 지금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로 성장 중이다. 비 패션이기도 하지만 옛 브랜드이기도 한 여러 가지 매력을 모두 담아, 중년층에게는 추억을 Z세대에게는 새로운 감성을 전달하고 있다. 

 

코닥뿐 아니라, 시리얼 켈로그, 미 우주항공국 나사, 일회용 카메라 폴라로이드 등 우리가 알던 브랜드들이 패션으로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 잡지 브랜드도 계속 이어진다. 엘르, 마리끌레르, 플레이보이 등이 있었고 최근에는 사진 전문지 라이프, 축구 뉴스 골닷컴, 뉴스 채널 CNN, 미 항공사 팬암 등 기업까지도 브랜드화되고 있다.

 

비 패션 브랜드들의 패션화는 바이러스처럼 퍼지고 있으며 누가 더 신기한 브랜드를 패션화하는지 경쟁하듯 확산하고 있다. 해외에서 아무리 유명한 패션 브랜드라도 내가 모르면 그만이지만 바로 어제 먹던 과자라도, 재미있고 힙하면 옷으로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MZ세대들에게 패션은 더 이상 패션이 아니어도 상관이 없다.물론 현재 패션 소비의 주체가 MZ세대만은 아니지만 나이든 중년, 장년, 노년층까지도 무턱대고 라이선스 브랜드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우산과 양말에도 박혀 있는 로고를 내 가슴에도 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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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힙함과 촌스러움의 간극

유통 형태와 패션 트렌드는 계속 바뀌고 있고, 그에 따라 소비자들이 패션을 인식하는 수준과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남들이 입으니까 나도 입는다는 집단 트렌드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브랜드 가치를 판단할 때 남의 시선보다는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선택하는 자주적인 소비 성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 하라주쿠의 젊은이들이 세상 누구의 스타일도 따라 하지 않고, 나만의 가치를 창조해내듯이 그 정도는 못되더라도 내 스타일 정도는 스스로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시리얼이면 어떻고, 필름이면 어떠한가. 내 맘에 들고 힙하면 된다.  힙함과 촌스러움은 한 끗 차이다. 멋지게 입으면 힙한 것이고, 촌스럽다고 생각하면 촌스러운 것이다.

 

패션 기업들도 이제는 조금은 알아가고 있다. 이 같은 소비 트렌드를 알고 이를 잘만 활용할 수 있다면, 비 패션 브랜드로도 충분히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물론 비 패션 브랜드를 패션 브랜드로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마케팅과 그에 따른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기에 브랜드는 많고, 알릴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패션 브랜드와 비 패션 브랜드들과의 협업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순히 신선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두 개의 다른 무언가가 결합했을 때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이는 하나의 창조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곰표 점퍼와 오뚜기 티셔츠, 참이슬 가방은 그 존재만으로도 관심이 가는 것과 같다. 이를 단독 브랜드화하는 데는 더욱 큰 노력과 투자가 뒤따라야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신선한 것에 눈길을 준다는 사실을 알면 답이 보일 수 있다.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코닥이 간격을 두고 연이은 성공 사례를 남겼듯이 앞으로도 비 패션 브랜드들의 활약을 더욱 커질 것이며, 등장과 인기 역시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시장에 나타날 것이다. 

 

앞으로도 어떤 브랜드들이 패션 시장의 문을 두드릴지, 어떤 기업이 어떤 신박한 브랜드를 패션계에 소개하게 될지 궁금하기만 하다. 

 

라이선스 트렌드의 판도가 바뀌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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